삼성·한화, 장기채 매입해 듀레이션 갭 축소
부담금리 4%대…국채 수익률은 2%도 안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꾸준한 장기채 매입으로 자본건전성을 끌어올렸지만, 그에 따른 이차역마진이 심화돼 고민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3분기 지급여력(RBC)제도 상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은 -0.39년으로 지난해 3분기(-1.02년)보다 축소됐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3분기 -1.02년에서 올해 3분기 0.08년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변화할 때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꾸준히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을 줄여 나가고 있다.

보험사는 IFRS17와 K-ICS가 도입되면 부채에도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지금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급격히 늘어나 금리위험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선제적으로 자산 듀레이션을 확보해둬야 향후 금리변동성이 있는 부채를 관리하기 용이하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모두 10년 이상의 장기채를 꾸준히 늘려 자산 듀레이션을 확보했다.

올 3분기 삼성생명의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채 매입규모는 8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8조7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 결과 자산 듀레이션은 작년 3분기 8.41년에서 9.13년으로 확대됐다.

한화생명의 올 3분기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 매입규모는 51조4044억원으로 전년동기(44조4456억원)보다 대폭 늘었다. 자산 듀레이션은 전년 3분기 8.23년에서 올해 3분기 9.34년으로 늘어났다.

다만 신규투자 재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생보사들이 듀레이션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이차마진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올 3분기 평균부담금리는 4.21%로 전년동기(4.34%)보다 13bp(1bp=0.01%) 줄었지만, 보유이원금리가 3.17%로 전년동기(3.43%) 대비 26bp 하락했다. 여기서 보유이원금리란 보유한 채권이나 대출 등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자산의 평균금리를 말한다.

이로 인한 이원차스프레드(보유이원금리와 부채부담이율 간 차이)는 116bp로 전년동기(91bp)보다 더 벌어지게 됐다.

한화생명도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의 올 3분기 평균부담금리는 4.44%로 전년동기(4.54%)대비 10bp 감소했다. 그러나 보유이원금리는 3.21%로 전년동기(3.38%) 대비 17bp 하락했다. 이원차스프레드는 123bp로 전년동기(116bp)보다 더 커졌다.

이는 새로 상품을 팔아도 기존 부채이율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유한 자산의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쓸어 담는 장기채 수익률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이날 기준 국내 장기채(10년 이상) 금리는 1.657~1.728%를 형성하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은 0.834~1.564%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노건엽 연구위원은 “수입보험료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재원을 국채 확보에 집중하다 보니 자산 듀레이션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저금리로 인해 수익률이 높은 채권이 없어 이차역마진은 더 커지는 중”이라며 “수익률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 등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RBC 비율 하락 등 그에 따른 리스크를 져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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