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유관기관과 도입 여부 논의중
코로나19로 한시적 규제 유연화와 상충

 

금융위원회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기업금융 활성화 지원정책 중 하나로 올해 초 도입할 예정이었던 은행권의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제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해당 제도의 도입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이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과도 상충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고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이하 가계완충자본) 제도를 올해 1분기 중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유관기관과 도입 여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가계완충자본 제도는 은행에서 취급하는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하는 경우 추가로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금융당국은 위험가중자산의 0~2.5%(잠정) 범위에서 은행별 가계신용 비중에 비례해 추가 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예컨대 위험가중자산의 부과수준을 0.5%로 결정할 시 A은행의 가계신용대출 비중이 30%라면 0.5%에 30%를 곱한 0.15%만큼 자본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가계대출 비중이 50%인 B은행의 경우 0.25%(0.5%×50%)로 A은행보다 적립률이 높다.

당초 금융위는 이 제도를 우선 도입한 후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감안해 부과수준 등 세부사항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현재 일반 시중은행이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총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의 10.5%(기본적립비율 8%+자본보전 완충자본비율 2.5%)다. 이는 가계대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위험가중자산에 부과하는 것이다. 국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D-SIB)인 경우 11.5%를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급격한 가계대출 팽창기에 추가자본을 적립하고 침체기에는 적립의무를 해소하는 등 가계대출 변동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지난 9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1조57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4.6%가량 급증했다. 이 기간 평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37.08%로, 24.69%포인트 증가했다.

당국은 은행권에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권고하는 한편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나섰다.

먼저 예대율 규제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100→105%)한다. 올해 말까지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예대율 가중치도 100%에서 85%로 하향 조정했다. 외화 및 통합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도 내년 3월까지 각각 10%포인트, 15%포인트 완화한다.

이 밖에도 국제적인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인 바젤3 규제체계의 최종 이행 시기가 1년 유예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국도 가계완충자본 제도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은 해당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은 신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규제에 기업대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기업금융 활성화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이미 여러 조치가 복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데 가계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기업대출 활성화에 일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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