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조건 핑계로 국시 준비생에 카드발급
은행 “사실 파악 필요…확인 시 강력조치”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사옥.(사진=안소윤 기자)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사옥.(사진=안소윤 기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IBK기업은행이 의사, 약사 등을 준비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불건전한 브리핑 영업을 벌여 논란이다.

신용카드를 미리 만들어두면 추후 사업장 개업 시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가고시 합격을 전제로 신용카드 신청서의 직업란에 ‘의사’나 ‘약사’ 등을 허위 기재하도록 하거나, 연회비를 면제해주겠다는 조건도 제시해 문제가 됐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초 각종 전문직 국가고시를 앞두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카드영업이 횡행하고 있다.

금융사별 VIP고객관리 전담팀이 의과대학, 약학대학을 찾아 올해 국가고시에 응시한 대학생들을 교내 한 장소에 소집하고, 카드 혜택을 소개하며 단체 발급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학생 대상 카드영업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규제의 허점을 노린 불건전 영업 행위가 발생해 문제가 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중순께 한 대학교를 찾아 브리핑 영업을 했다. 제보에 의하면 기업은행은 당시 브리핑에서 카드를 발급해두면 국가고시 합격 후 사업을 위한 대출 집행에 유리할 수 있다며 카드발급 신청서를 배포했다.

영업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브리핑을 진행한 직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금리 조건이 시중은행보다 좋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업장 개업 시 기업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받을 수 있는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신청서를 내면 발급 가등록이 되고, 기재된 연락처를 통해 국시가 끝난 후 대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개별 전화를 준다고 했다”며 “국시 합격에 합격하면 카드발급이 진행되고, 6개월 이내 카드를 해약하면 대출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은행은 학생들에게 신청서 직위란에 의사, 약사 등 거짓 정보를 적을 것을 당부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카드발급 신청서는 내년 2~3월 이뤄지는 국시 시험결과 발표에 합격한 후 실행된다는 전제조건 아래 미리 작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와 회원사들이 마련한 신용카드 모집 표준계약서를 보면 카드발급 신청서는 제출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 가맹(은행)에 넘겨져야 한다.

신청서 장기 보관 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유출 및 신청서 작성 당시 기재된 정보와 발급 시점의 정보 불일치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가급적 빠른 심사 진행을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카드영업센터에 제출된 신청서를 신청자가 국시에 합격할 때까지 몇 개월씩 보관하며 심사를 장기간 미뤘다.

기업은행은 카드를 당장 신청하는 것에 대한 혜택으로 연회비를 ‘대리납부’ 형식으로 면제해주겠다고 보장하기도 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카드사나 모집인은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이 모집 과정에서  ‘대출 실행에 유리하다’, ‘발급 후 미사용 시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을 했다는 건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쟁사 브리핑에서 들은 내용을 혼동했거나, 전문직 대출 전례를 기반으로 한 단순 상담에서 비롯된 소통의 오해가 발생했을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연회비 대납건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는 대로 문제 발생 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정도영업 교육 실시 및 제재 사례 공유를 통한 불법모집 근절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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