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보험업계에 제판(제조-판매) 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조에 전념하고 판매는 외부에 맡기겠다는 거다. 보험사에게 전속설계사란 매출에 대한 약속이다. 자사 상품을 밀어주는 조직을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따라 매월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보험료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왜 전속조직을 떼어내려는 걸까.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이제 보험사가 직접 ‘공룡’ 법인보험대리점(GA)을 만들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자산 규모 2위인 한화생명이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사하는 내용의 영업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이어 미래에셋생명도 전속설계사를 자회사형 GA로 이동시킨다.

분사는 이르면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조직 규모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한화생명은 2만여명, 미래에셋생명은 3000여명의 설계사가 소속된 GA 조직을 거느리게 된다.

현재 GA업계서 설계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지에이코리아로 약 1만5000명 수준이다. 얼마 전 코스피 상장을 마친 에이플러스에셋이나 상장 준비 중인 인카금융서비스 등 대표적인 기업형GA도 설계사 수는 5000~1만명 수준이다.

한화생명이 분사를 결정하면 단숨에 설계사 수 기준 업계 1위 GA로 안착할 수 있다. 보험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형 GA가 업계 맏형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통상 소속설계사 500명 이상을 보유한 GA를 대형GA로 분류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GA는 총 55곳이다.

현재 자회사형 GA 현황을 살펴보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금융서비스(삼성화재)는 2467명, 디비금융서비스(DB손해보험)는 2101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삼성생명)의 소속설계사는 1733명, 한화라이프에셋(한화생명) 1073명,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메트라이프생명) 893명 등이다.

신한생명이 최근 설립한 신한금융플러스가 최근 추진하는 리더스금융판매의 일부 사업단 인수를 마치면 약 1000여명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대부분의 자회사형 GA가 대형GA 요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보험사들이 제조와 판매를 분리할수록 자회사형 GA는 더욱 대형화된다. 이는 GA 시장에 보험사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모회사의 자본을 바탕으로 수수료나 인센티브(시책) 등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기존 GA에서 자회사형 GA로의 인력 유출이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

자회사형 GA의 성장은 대형화를 통해 GA의 건전성 관리 강화를 추진하던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GA가 보험사의 자회사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관리·감독 측면에서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부 판매채널에 대한 보험사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간 단계로 자회사형 GA 설립이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생보사의 막대한 자본을 점진적으로 수수료와 시책에 집중할 경우 판매 채널에서 자회사형 GA 영향력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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