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 빚이 지난달에만 13조6000억원 불었다. 통계 작성이래 역대 최대 증가규모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13조6000억원 늘었다.

이런 증가폭은 지난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것으로, 전년동월 증가폭(+7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이로써 가계대출 증가 폭은 올해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석 달 만에 최대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715조6000억원)은 6조2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대출은 전세자금대출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앞서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고 주택 매매거래 관련 자금수요도 이어지면서 10월에 이어 6조원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잔액 265조6000억원)은 7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 역시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주식 및 생활자금 관련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말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등이 더해지면서 증가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이달(12월 1∼7일) 들어서는 은행권 신용대출이 458억원 증가해 사실상 순증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30일부터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을 ‘핀셋 규제’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적용된 영향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4조7000억원)까지 합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8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 늘어났다.

제2금융권은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은행의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982조원으로, 한 달 새 6조7000억원 늘었다. 11월만 따지면 한은이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줄었으나 중소기업 대출이 7조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도 역대 11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가장 컸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 수신 잔액은 11월 말 기준 1914조원으로, 수시입출식예금(+21조3000억원)을 중심으로 21조6000억원 늘었다. 10월 중 증가액(+2조3000억원)의 10개에 가깝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금리가 낮다 보니 수입출식예금으로 자금이 일시적으로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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