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잡히는 대출 급증세…예대율 상한 ‘아슬아슬’
“규제 일시적 완화에도 불안해” 예금 확보 집중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은행들이 고금리 예·적금 특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높지만, 신용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마지노선에 다다른 예대율 관리를 더 이상 뒷전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가입하지 않은 20대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마이홈 적금’에 특별금리 5.5%를 적용하는 특판을 진행중이다.

신한마이홈 적금은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가입 당일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만기일까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하면 우대금리 연 1.0%를 더해 최고 연 2.2%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1인 1계좌 선착순 2만좌 한정으로 신한마이홈 적금에 우대 이자율 3.3%를 추가, 최대 연 5.5%의 특별금리를 적용한다. 또 가입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추첨을 통해 30명에게는 야놀자 10만원 상품권을 제공한다.

하나은행도 삼성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연 12%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하나 일리있는 적금’을 지난달 9일부터 선착순 5만명을 대상으로 한시 판매중이다.

이 적금은 최근 6개월간 삼성카드 실적이 없는 고객이 삼성아멕스블루카드로 매월 1만원 이상 사용 또는 3개월 이상 누적 사용금액 30만원 이상이면 최대 연 12%의 금리가 적용된다.

NH농협은행도 자동이체 조건만 충족하면 세전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올원뱅크 전용 특판 상품을 지난 10월 19일부터 30일까지 12일간 사전응모한 고객 한정으로 특판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예·적금 유치를 위한 특판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속에서 초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높은 이자를 얹어주는 게 부담됐기 때문이다. 특판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 추석 명절에도 은행 특판은 자취를 감췄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겹쳐 신용대출이 폭증하면서 은행들은 한 푼의 예·적금액마저 아쉬운 상황이 됐다.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올해 상반기부터 규제 상한선인 100%를 넘나들고 있다.

2분기 예대율이 100.4%까지 올랐던 국민은행은 3분기 99.9%로 0.5%포인트 낮추며 가까스로 두 자릿수 재진입에 성공했고, 하나은행은 3분기 예대율이 100.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3분기 예대율이 98%대로 상한선까지 아슬아슬하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내년 6월까지 은행 예대율 기준을 105% 이내까지 허용, 한시적 여유를 줬지만, 대출이 폭증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들이 이 기준마저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13조6000억원 늘었다. 이런 증가폭은 지난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비용을 들여 금리를 더 주는 특판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대출 급증세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예대율 규제 한시적 유예에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어 은행마다 특판을 이따금 재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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