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루팡’ 늘고 우수 인력 이탈 우려
팀성과제 일괄 적용하는 증권사 없어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한국투자증권에서 내년부터 프라이빗뱅커(PB)에 팀성과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선 영업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주식 브로커리지 영업직원에 대한 성과급 체계 개편을 논의 중이다.

골자는 현행 개인 성과급제를 팀 성과급제도로 바꾸는 내용이다. 

팀 성과급제는 한국투자증권 내 영업지점 소속 PB가 낸 성과를 모두 합산해 지점 성과를 산정하고, 분배·지급하는 구조다. 현재는 지점 소속 PB의 개인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 PB는 개별성과급제를 적용한다. 통상 PB가 유치한 고객 자금과 수익률을 합산해 회사별 산정 기준에 따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형태다. PB 개별 역량 및 노력에 따라 인센티브를 많이 챙겨갈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성과를 많이 내던 우수 PB라면 팀성과제 적용시 인센티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연동 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과급 변경 소식에 한국투자증권 PB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위 ‘월급루팡(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우수 PB의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직원은 “팀성과급제 적용시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남들과 동일한 성과급을 받는 직원이 생길 수 있다”며 “우수 인력은 고객 투자금과 함께 이직하고, 열심히 일 안하는 직원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을 우려해 대부분 증권사들은 팀성과제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팀 성과급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없다.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은 개인성과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선택형 성과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앞서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합병 당시 도입됐다. 대우증권은 기존 개인성과급제, 미래에셋증권은 팀성과급제로 각사별 다른 성과급 체계를 적용하고 있었으나 성과급제도 일원화에 따른 우수 PB 이탈 우려가 커지자 선택형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이다.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는 복합 성과급제를 적용 중이다. 각사별 내규에 따라 개인·팀 성과급을 일정 비율로 산정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성과제에서 팀성과제로의 변경은 개인의 먹튀 방지 및 회사의 장악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팀성과제 하에서 개인이 높은 성과급을 받으려면 팀워크 강화, 업무노하우 공개 등을 통해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회사 입장선 매우 유리한 전개다. 개인의 업무노하우는 조직에 녹여 넣을 수 있고,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개인의 생사여탈권을 회사가 가지는 장기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고객 서비스 향상과 높아지는 고객 니즈 부합 차원에서 팀 단위의 고객관리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확정된 내용은 아니며 시행 전까지 직원 의견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 및 노사합의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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