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반 불황으로 모니터링 변별력 저하
각종 규제로 가계대출 전환 유도도 어려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점, PC방, 노래방 등 주요 소호(SOHO) 사업장 폐업률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출 자금의 용도 외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만큼 폐업 신고 사업자의 개인사업자 대출금을 즉시 회수해야 하지만, 폐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사업자가 일시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에 등록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9월 30일) 기준 서울지역 상가 수는 36만7535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39만1499곳, 2분기 37만321곳이었다는 점에서 3개월 단위로 2만여 곳이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2차, 3차 대유행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임대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운영을 포기하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서울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대비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됐던 지난 9월 첫째 주 서울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6.74% 감소,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은행도 난처한 표정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가 발등의 불이지만 경기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부실 건을 선별해내기 힘들고, 휴·폐업 대출자에 대한 즉시 회수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대출 집행 후 매출 대금 입금내역 확인 등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사후점검을 한다. 임시 사업자등록증으로 대출을 받았거나 휴·폐업한 사업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부동산, 주식투자 등 개인자금으로 쓰는 대출 용도 외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모니터링 결과 이상징후 발견 시 영업점으로 해당 건에 대한 리스크 정보가 공유되며, 실무자 판단에 따라 실사 및 조기 회수 절차가 이뤄진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니터링을 통한 대출 관리 기준이 모호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이 전체적으로 뚝 감소하면서 이상징후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휴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경기 전반에 드리운 공황 상태에 섣불리 만기연장 불가 조치를 취할 수도 없어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대출자의 폐업으로 인한 사업자 자격 소멸이 확인되면 용도 외 유용 불가 원칙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금을 즉시 회수해야 하지만, 대출자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쉽지 않다.

이 경우 실무자 재량껏 대출 집행 조건대로 이자 납입 시 일시납 유예 또는 분할상환, 가계대출로 전환 등을 유도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휴·폐업을 결정하는 대출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폐업 시 대출금 일시납이 원칙이지만, 당장 갚을 자금이 없는 이들에게 무조건 압력을 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업한 사업자들의 대출 미납률을 낮추기 위해선 담보, 신용 등 가계(개인)대출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최근 부동산 규제, 신용대출 총량제 등으로 이마저도 요즘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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