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 연장 예고
4대 은행 유예 대출액 5조 육박…부실 부담↑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은행권 뇌관으로 빠르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대출금 납부 기한이 애초 계약됐던 날보다 길어질수록 연체율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 극복 차원에서 유예했던 대출 만기 및 이자 상환 기간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펼쳤던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금융 규제 유연화 등 금융지원 조치의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금융권, 산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모든 금융권에서 6개월 동안 대출 상환 유예가 이뤄지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따른 조치로 한 차례 연장, 해당 조치는 내년 3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 유예 방안의 추가 연장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은행권에는 걱정이 한가득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개인사업자대출의 잠재 부실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경기 불황에 더 취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는 건전성에 큰 압박이 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대출 유예 원금 누적액은 지난 11일 기준 5조2590억원(7444건)에 이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됐던 지난 9월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던 만큼, 코로나19 대유행 지속으로 3단계 격상 시 대출 유예신청 건수 및 금액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대출 유예 조치가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예를 신청했다면 이미 부실 한계선상에 도달한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상환이 도래했을 때 원금에 이자까지 한 번에 갚아야 하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자 상환유예는 은행들이 ‘한계 차주’를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한계기업이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지원 정책으로 정확한 부실 규모를 추려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별 여신담당 부행장들은 대출 유예 조치가 지닌 문제점을 당국에 집중적으로 건의했다. 그러나 당국은 금융권 부실 우려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 연착륙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상환유예로 자금난을 연명하는 건 부실 시점만 늦추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예 조치 연장은 잠재 리스크를 계속적으로 이연할 뿐”이라며 “현재 연체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출 자산 자체가 건전한 상태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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