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올해 들어 10조 늘어
증권사, 한도 제한에 대출 중단
금융위 “한도 증액 계획 없어”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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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개인투자자 대상 신용공여 규모가 한도가 턱 끝까지 차오른 증권사들서 한도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두고 제 이익 챙기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물들어올 때 노젓자…증권사들, 한도 목전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늘부터 삼성증권이 내부 신용공여 한도 소진으로 신용융자 매수를 일시 중단했다. 

앞서 이달 들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개인투자자 대상 신용공여를 일시 중단 및 제한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신용공여 중단 예고에 나선 상황이다.

현행 금융투자업규정상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규정돼 있다. 증권사들은 해당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관리 할 수 있다. 그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사의 경우 50~60% 수준에서 한도를 관리하고, 이보다 적은 중소형사의 경우 70~90% 수준까지 신용공여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이 같은 기조가 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투자가 급증하며, 증권사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공여 내부 한도를 늘리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에서 일별 신용공여 관련 모니터링 결과 지난 16일 기준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한도는 80%를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90%를 넘어 금투업 규정 내 정해진 100% 수위를 넘보고 있다.

중소형사의 경우도 내부 한도를 더 늘리고 있다. 대형사 대비 자기자본여력이 적어 투자자 신용매수가 조금만 늘어도 한도가 소진돼서다. KTB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율이 80% 후반대에 진입했고,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은 90%를 넘어섰다. 

■ 업계, 한도 확대 한목소리

한도 소진이 임박하자 증권사들은 한도 확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비율을 늘려달라는 입장이고, 대형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 신용공여가 최대 200%까지 가능한 만큼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 비율 상한을 유동성 있게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신용공여 한도가 금융위원장 전결사항인 만큼 신속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행 금융투자업규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규모 한도는 금융위원장이 따로 정할 수 있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고객이 거래의 불편함뿐 아니라 타 금융업권(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증가해 대출거래기관만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고객에게 신용공여금액의 140%이상 담보로 징구하고 있고 반대매매를 통해 적정 담보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증권사의 자산 건정성에도 큰 문제는 없는 만큼 신용공여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 관계자도 “대형사의 경우 자본여력이 있는 만큼 리스크 감내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당국에서 개인 대상 신용공여 한도를 조금 유동성 있게 조절해 준다면 고객 거래 편의 및 증권시장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양날의 칼, 투자자 손실 폭 커질수도”

이와 관련해 증권사들이 제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투자자 이익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공여 한도 상향이 투자자 손익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박사는 “신용공여 비율 확대는 양날의 칼이라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면 증시자금 유입을 촉진시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을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부채를 이용한 투자가 늘어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투자자들의 투자손실도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증시 부양을 위해 신용공여 한도 확대를 한다는 것 자체로 시장에서는 비상식적으로 볼 것 같다”며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투사가 200% 한도 내 신용공여를 할 수 있는 것도 기업금융 등에 쓰여질 것을 고려해 특례를 준 것으로, 대형 증권사들 자본여력이 크다고 해서 해당 한도를 활용해 개인에게 신용공여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타 증권사들과의 형평성 문제에도 어긋나고, 기존 종투사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액은 19조124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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