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흥국 은행서 800억·1천억 매출 올려
단기적 부채만기 감소…“금방 탄로날 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의 영업창구. 위 사진은 아래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의 영업창구. 사진은 아래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채널에서 저축보험 판매를 통해 이례적으로 높은 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부채간 듀레이션 갭(잔존만기 불일치)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짧은 만기의 저축보험을 대량으로 팔면 당장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착시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가 지난 10월 방카슈랑스서 ‘프리미엄 저축보험’ 판매로 약 724억원(1200여건)의 초회보험료(신규 매출) 수입을 거뒀다.

이 상품은 3년 만기, 고정금리 2%의 일시납 저축보험이다. 올 상반기까지 한화손보의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누적 매출)는 550억원이었다. 이제껏 한화손보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한 것보다 더 많은 신규 매출을 10월 한 달 만에 달성한 것이다.

앞서 지난 8월 흥국화재는 방카슈랑스 채널서 비슷한 방식으로 848억원의 초회보험료 수입을 냈다. 올 11월 기준 누적 초회보험료는 1076억원에 달한다. 

저금리 기조에 2% 이율을 고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금융상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고액자산가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도 각종 펀드 사고로 보험 외에 특별히 수수료 수입을 올릴 방법이 없자 고정금리 저축보험 판매에 매진했다.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보험 판매는 저금리 이전까진 생명보험사의 전유물이었다. 저축보험 판매를 통한 외형성장이 중요해서다. 저축보험 판매를 바탕으로 불린 자산을 굴려 얻는 이자마진 확보가 주 사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손보사는 방카슈랑스와 거리가 멀다. 대형 4개사만 해도 월 평균 초회보험료가 1억~2억원에 불과할 정도다. 더욱이 일시납 저축보험 매출은 없다시피 하다.

업계는 중소형 손보사가 급작스레 저축보험 판매를 늘린 이유로 자산-부채간 듀레이션 관리를 든다.

한화손보는 동종업계 중에서도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매우 큰 손보사다. 올 9월 기준 자산 듀레이션은 11.11년, 부채 듀레이션은 13.38년으로 듀레이션 갭은 -2.27년을 기록했다. 전년 말(-3.53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년 내외를 기록하는 타사대비 매우 높은 편이다.

듀레이션 갭이 클수록 금리 위험액 증가폭도 커져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에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부채 듀레이션을 축소할 목적으로 짧은 만기의 저축성보험을 대량으로 판매한 것이다. 흥국화재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풀이된다.

중소 손보사일수록 듀레이션 갭 문제가 부각되는 건 장기보험 판매에 매진한 영향이 크다. 최근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장기보험의 만기는 최대 110세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아둬야 할 부채의 기간이 매우 길다는 의미다.

한 보험업계 자산운용 관계자는 “짧은 만기의 저축보험을 대량으로 팔면 부채듀레이션이 축소되는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효과는 금방 사라질 것”이라며 “당장 눈에 보이는 개선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한 방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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