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제 압박 지속…주 수익원 위축
기업금융·WM 중심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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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가계대출 총량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강화 등 각종 규제 압박에 수익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정부 손길이 덜한 금융상품·서비스로 눈을 돌리며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날 기준 669조333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3616억원(0.35%) 늘었다. 전월대비 증가액이 9조4000억원을 웃돌았던 지난달과 비교해 가계대출 억압 규제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주 수익원인 가계대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은행들은 실적 저하를 막고자 다른 사업 부문으로 역량을 결집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부문은 기업금융의 디지털화다. 그간 은행의 업무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작업은 개인금융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기업금융은 처리해야 할 서류가 복잡하고 신용평가, 서류심사 등 과정에서 오류나 사고 위험을 피하고자 대면 거래가 선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금융 지원의 중요성이 부각하자 은행들은 기업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 구축이 긴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바젤Ⅲ 신용리스크 산출방법 개편안’ 조기 도입으로 기업대출 비중을 대출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가계대출이 몇 달간 폭증했다는 배경도 작용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기업고객을 위한 맞춤 금융서비스 ‘우리원(WON)뱅킹 기업’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기업고객들은 비대면 대출 서비스뿐만 아니라 최대 500건 대량이체, 간편잔액 채우기 등 기업금융에 최적화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기업고객 대상 종합 비금융서비스 플랫폼 KB브릿지를 전면 개편했고, 기업고객의 비대면 여신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KB스마트기업대출 서비스를 구축했다. 여신신청 및 한도·금리 조회, 서류제출 등 기업여신의 모든 과정이 영업점 방문 없이 가능해졌다.

또 은행들은 자산관리(WM) 부문 강화에도 힘을 주고 있다. 연이은 집값 상승과 주식 시장 호황 등으로 자산 규모가 늘어난 고객들을 줄어든 예대마진을 대신할 수익 창출 동력으로 주목하면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4일 스마트뱅킹 앱에 SK C&C의 ‘개인종합자산관리(PFM) 플랫폼’을 탑재한 비대면 WM 서비스 ‘NH자산+’을 출시했다. PFM 플랫폼은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 소비분석, 금융상품 추천, 고객별 맞춤형 혜택 등 서비스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농협은행은 106개 금융기관의 자산 정보를 수집하고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부동산, 자동차 등으로 흩어져 있는 자산 현황을 편리하게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 자산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상품을 제안하는 등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돕는다.

우리은행은 인공지능(AI)으로 WM를 저리하는 시장예측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이 시스템은 시장 전망분석,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상품 평가 및 선정, 상품 리밸런싱 등 자산관리를 위한 전체 과정을 AI 기술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시장예측시스템이 구축되는 대로 우리WON뱅킹에 탑재할 방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강도 높은 가계대출 억제 규제는 신용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존 수익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촉진 계기가 되고 있다”며 “장기전이 예상되는 대출 규제를 피해 제약이 덜한 WM서비스와 기업금융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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