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부족 분야 특효 처방으로 외부인재 수혈
보수 벗은 유연한 조직 운영으로 질적성장 기대

은행권에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재가 빠르게 수혈되고 있다. (왼쪽부터)하나은행 이인영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장, 신한은행 김혜주 상무(Mydata Unit장)와 김준환 상무(Data Unit장), IBK기업은행 조민정 홍보·브랜드 본부장.
은행권에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재가 빠르게 수혈되고 있다. (왼쪽부터)하나은행 이인영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장, 신한은행 김혜주 상무(Mydata Unit장)와 김준환 상무(Data Unit장), IBK기업은행 조민정 홍보·브랜드 본부장.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외부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년간 추진했던 외부 인사 수혈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보수적인 은행권 조직의 ‘순혈주의’가 깨지고 개방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29일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하고, 이를 이끌어나갈 그룹장 자리에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장으로 선임된 이인영 그룹장은 연세대학교 법학학사 및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시니어 변호사,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이사 등을 거쳤다.

하나은행은 이 그룹장이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 산업에서 소비자리스크관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디지털전환(DT) 가속화를 위해 지난 1일 KT, SK C&C 출신의 빅데이터 전문가 2명을 들여 은행장 직속의 디지털 혁신단을 꾸렸다.

디지털혁신단은 AI Unit(구 AI통합센터, AICC), MyData Unit(마이데이터 사업 전담), Data Unit(구 빅데이터센터), 디지털R&D센터 등 4개 조직으로 구성됐다.

이 중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할 김혜주 상무는 서울대에서 통계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SAS Korea, SK텔레콤, 삼성전자, KT 등의 요직을 거친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관련 실무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힌다.

Data Unit을 맡게 된 김준환 상무는 KAIST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를 거쳐 SK주식회사 C&C 그룹장으로 빅데이터와 AI 부문을 이끌어왔다.

김준환 상무는 데이터 수집·분석, AI 기술 등 데이터 산업 전반의 탁월한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은행권 AI 및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개방형 직위 공개채용을 통해 조민정 홍보·브랜드 본부장을 새로 뽑았다. 기업은행이 본부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본부장은 광고 기획사를 비롯해 제조업, 금융업 등을 거치며 20년 이상 광고·홍보·브랜딩 분야 업무를 맡아 경험을 쌓아온 홍보·브랜딩 전문가다. 그동안 삼성전자 전략마케팅 부장, SPC그룹 브랜드전략 실장, 현대카드 Brand2실 상무이사 등을 역임해왔다.

앞으로는 기업은행의 광고, 언론홍보, 디자인경영, 사회공헌 등 기업은행의 홍보·브랜드본부 운영을 책임진다.

그간 은행은 순혈주의가 깊이 박혀 있어 외부인사의 유입과 적응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혔다. 외부에서 발탁된 인사는 낙하산이라는 인식이 강해 정통 은행맨이 아니고서는 요직에 앉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핀테크 활성화와 함께 디지털뱅킹 경쟁이 촉발하면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했던 은행들은 디지털 부문에 한정해 외부인재 긴급 수혈을 추진했다.

이후 디지털뱅킹 전환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자 은행 내부에선 외부 인사에 후한 평가가 이어졌고, 다른 분야 인사에까지 긍정적인 작용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디지털 부문의 성장을 계기로 외부 인력에 팽배했던 거부감이 사그라들고 있다. 오히려 경쟁력 강화와 혁신은 곧 ‘사람 싸움’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분위기”며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가 특효책으로 여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 내부인사 고집이 깨지고 많은 분야에 다양한 인재들이 모이면서 유연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리스크관리,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투자은행(IB), 글로벌 부문까지 외부 인력 수혈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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