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인상…보유계약 손해율 영향은 미미
보험금 누수 원인 ‘비급여’ 관리방안 필요해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에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적자 폭 확대를 막을 수 있는 ‘비급여 가격 통제’ 등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에서다.

30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업계에 실손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구실손보험은 10%대 중후반, 표준화실손보험 10% 초반, 신실손보험은 가격이 동결될 전망이다. 평균 10% 초반의 인상률이 예상된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일부와 비급여 진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판매 시기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상품을 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4월 표준화실손, 2017년 4월 이후를 착한실손(신실손)으로 구분한다.

손보사들에게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인 만년적자 상품이다. 의료기관의 과잉 의료행위와 일부 가입자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로 이미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구실손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이 140%를 넘어섰다. 가입자에게 100원의 보험료를 받고 140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단 얘기다.

같은 기간 표준화실손의 손해율은 130%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착한실손도 작년 상반기 100%를 넘어선 뒤 올해 상반기 105%로 상승했다.

이로 인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누적 적자는 지난 2017부터 올해까지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손해율 줄이려면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받거나 보험금 지급을 줄이면 된다.

다만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가격 부분에서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는다. 지난해에도 보험사들은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에 20% 이상 인상을 주장했지만, 당국의 반대로 실제 인상률은 9%대에 그쳤고 신실손은 할인을 적용한 바 있다.

결국 구실손과 표준화실손 등 기존에 판매한 보유계약의 보험금 지급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로서 방안은 정부의 제도 개선뿐이다.

업계는 진료비 항목 중 실손보험금 누수가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급여는 급여 항목과 다르게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수가와 진료량을 책정하기 때문에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숙원인 실손 청구 간소화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7년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가 설립된 이후 비급여 관리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 공청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살펴보면 주된 내용은 ‘비급여 진료 전 사전설명제도 및 가격정보 공개제도’다.

그러나 이는 이미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내용으로, 해당 사항이 의원급으로 확대되는 데 그친다.

이밖에도 급여와 비급여의 혼합진료금지, 급여병행 비급여 항목자료 제출 등 비급여 진료를 옥죄는 제도도 포함돼 있으나, 의료계 반발 등으로 실제 제도가 시행돼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연간 실손보험료 증가폭이 1조원을 넘어섰는데 손해율이 130%를 상회하고 있으므로 손해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연간 3000억원 내외의 적자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라며 “기존에 판매한 보유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없다면 15% 내외의 보험료 인상이 2~3년 유지돼야 손해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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