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9 14:50 (화)
[응답하라, 우리술 181] 사라진 ‘국산 위스키’의 화려한 부활
[응답하라, 우리술 181] 사라진 ‘국산 위스키’의 화려한 부활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1.04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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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앤몰트 창업자 도정한 대표, 남양주서 위스키 증류
한국적 특징 ‘매운맛’ 살려 올 6월 첫 제품 발표 예정
경기도 남양주에 대한민국 최초의 위스키증류소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은 이 증류소의 핵심인 스코틀랜드산 단식증류기
경기도 남양주에 대한민국 최초의 위스키증류소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은 이 증류소의 핵심인 스코틀랜드산 단식증류기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왜 한국에는 위스키가 없나요’라는 질문을 외국 친구들에게 많이 들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세계 3위의 위스키 생산국이며, 세계적 수준의 평가도 듣고 있는데 ‘왜 한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처럼 느껴졌다는 쓰리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의 말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 ‘핸드앤몰트’를 AB인베브에 매각한 도 대표가 대한민국 최초의 위스키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남양주에 문을 연 증류소의 이름이다.

마치 크래프트 문화를 선도하듯 자신에게 익숙한 술을 차례로 섭렵하면서 양조장을 만드는 모양새다.

“외국 친구들을 보면 수제 맥주를 하다 그만두면, 거의 증류주를 만드는 길로 나서더군요. 그래서 ‘핸드앤몰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다음 비즈니스로 위스키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도 대표.

그가 한국만의 특징을 가진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양조 및 증류 전문기업의 장비를 구비하고 본격적인 증류를 해내고 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한국만의 특징은 ‘매운맛’이다. 라이(호밀) 위스키의 매운맛과는 다른 매우면서도 그 여운이 길게 가는 맛이다.

하지만 중국의 마라 맛하고는 다르다고 한다. 굳이 찾자면 초피나무 열매의 맛이다. 그래서 그는 몰트의 발효 기간도 스코틀랜드에서보다 길게 잡았다.

보통 48시간에서 72시간 정도 발효하는 것을 그는 72시간 이상으로 길게 늘렸다. 그래야 증류 과정에서 매운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발효한 원주는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단식증류기로 2번의 증류 과정을 거쳐 알코올 도수 72도로 모아낸다.

도정한 대표가 올 6월 출시할 계획에 있는 홉위스키와 몰트스피릿의 블렌딩 버전을 시음하기 위해 오크통의 마개를 열고 있다
도정한 대표가 올 6월 출시할 계획에 있는 홉위스키와 몰트스피릿의 블렌딩 버전을 시음하기 위해 오크통의 마개를 열고 있다

따라서 전체 발효원액의 30% 정도만 숙성 공정으로 넘어가고 나머지 알코올은 재증류 과정에 더해진다.

지난해 6월부터 증류해 모은 몰트스피릿(위스키 원주)은 그동안 수입한 500개 정도의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에 들어갔다.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셰리 오크통은 물론 버번과 라이위스키, 그리고 처음 사용하는 오크까지 다양한 형태로 시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 대표가 처음 계획한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위스키 판매시점은 오는 2023년이었다.

그런데 일정을 앞당겨 올 6월경 1년 숙성된 일부 위스키 원주를 판매할 계획이란다. 자신이 만든 수제 맥주를 증류한 홉위스키와 몰트스피릿을 혼합해 숙성한 술과 ‘와송’처럼 한국적 요소를 지닌 부재료를 넣어 숙성 중인 술, 그리고 사과주스를 넣어 숙성한 오크통 일부를 병입해 일반에 선보인다는 것이다.

도 대표가 시음을 위해 홉위스키와 몰트 스피릿을 블렌딩한 오크통을 열어 6개월 숙성 버전의 59도 원주를 맛보였다.

72도로 내린 술을 숙성 창고에 들어갈 때 59도로 낮추는데, 이유는 소방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수제맥주 브루어리 '핸드앤몰트'의 창업자 도정한 대표가 한국 최초의 위스키 증류에 나섰다. 500여개의 오크통에서 이미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위스키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은 도 대표의 모습
수제맥주 브루어리 '핸드앤몰트'의 창업자 도정한 대표가 한국 최초의 위스키 증류에 나섰다. 500여개의 오크통에서 이미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위스키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은 도 대표의 모습

먼저 온갖 향이 그윽하다. 뒤따라 스피릿의 진한 단맛이 쫓아오고 순간 묵직하게 알코올감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6개월의 시간을 보냈지만, 맛과 향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듯싶다.

그래서일까. 오크통 100개를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분양했는데 순식간에 마감됐다고 한다.

“남양주 날씨가 겨울에 춥고, 여름에 햇볕을 많이 받아 오크통의 수축과 팽창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는 도 대표. 자신도 처음 맛본다며 하는 말이 남양주가 천사 몫도 많이 나가지만, 숙성이 잘되는 것 같단다.

올 6월이면 오크통도 1000개 정도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미 위스키 관련 파워블로거들에게 홍보가 돼, 이곳의 술을 기다리는 애주가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부담감도 크다는 도 대표는 “처음 위스키를 생산하는 것이어서 질적으로도 뛰어나고 거기에 한국적 요소를 잘 넣어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야 오랜 생명력을 갖는 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도 대표는 위스키 이외에도 자신이 증류한 몰트스피릿에 10여 가지의 허브와 식물을 넣어 증류 및 침출한 ‘정원’이라는 이름의 진(Gin)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도 조만간 하이볼용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레몬을 베이스로 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란다. 도 대표의 증류소에 발길이 멈추지 않을 이유가 또 한 가지 생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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