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부사장, 증권 상임고문으로
업계, 김해준 대표 주총전 사퇴 전망
“모회사 핵심 라인서 밀려난 형국”

교보증권 김해준 각자대표(왼쪽)과 박봉권 각자대표
교보증권 김해준 각자대표(왼쪽)과 박봉권 각자대표

<대한금융신문=강신애, 박영준 기자>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온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가 물러나게 될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해 12월 말 이석기 교보생명 부사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임했다. 

대표이사 변경안은 오는 3월 이사회 의결 및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된다. 업계는 향후 이 부사장이 박봉권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현 대표이사의 임기가 남았을 경우 새 내정자에 상임고문직을 위촉, 주총 전에 현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방식으로 교체가 이뤄진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바 있다.

김해준 대표의 사임 시 증권사 CEO 최대 연임 기록은 13년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6월 교보증권 대표에 오른 이후 6차례의 연임을 거치며 12년 6개월째 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지난 2019년까지 홀로 교보증권 수장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부터 박봉권 대표와 각자 대표로 교보증권을 경영해오고 있다.

이 고문이 대표 임명을 받으면 교보증권은 대표 모두 모회사인 교보생명 출신 인사가 된다. 그는 교보생명에서 경영지원실장 겸 자본관리담당 부사장(CFO)을 역임하는 등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키맨’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2009년 등기임원에 선임된 이후 우리은행 지분인수,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 기업공개(IPO) 추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보생명 안살림을 책임졌다.

신창재 회장을 대신해 재무적투자자(F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직접 대화에 나선 것도 이 고문이다. 그러나 이번 교보증권 이동으로 사실상 이 고문의 역할이 끝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FI와의 협상을 이끌던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박봉권 대표는 교보생명 출신으로 10여년간 주식과 채권 운용 분야에서 일하다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거쳐 교보증권에 몸을 담았다.

반면 김해준 대표는 교보생명 출신이 아니다. 그는 정통 증권맨으로 대우증권에서 법인영업을 진두지휘하다 지난 2005년부터 교보증권에 합류해 대표이사직을 맡기 전까지 기업금융본부장, 프로젝트금융본부장, IB투자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석기 부사장이 김해준 대표 후임으로 교보증권 실 사장을 맡게 됐다”며 “다만 아직 현 대표 임기가 남아 있고 이사회 의결도 받아야 하기에 일단 고문직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석기 부사장이 교보생명 내 핵심라인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CFO가 갈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 그간 신창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인물인 만큼 교보증권 대표로 보내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FI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2007년과 2012년 IPO를 조건으로 FI를 유치했다. 하지만 계속된 IPO 지연에 FI들은 지난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고, 신 회장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지난 2019년 4월 중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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