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자기업 구조조정 시 고용안정 고려해야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KDB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자한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시 고용의 안정과 촉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업권에서는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와 우려하는 시선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골자의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산은의 설립‧운영 목적은 △산업 개발·육성 △사회기반시설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 더해 개정안에는 지역개발 및 ‘고용의 안정·촉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양 의원은 “산은이 공적자금 투자 기업의 구조조정을 할 때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고려하지 않아 설립 목적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고용의 안정과 촉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산은이 KDB생명 매각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안전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산은은 지난달 31일 사모펀드(PEF)운용사 JC파트너스에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DB생명 노동조합원 측은 △KDB생명 전 조직원 고용안정 보장 △미래가 담보될 수 있는 매각 추진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산은의 KDB생명 졸속 헐값 매각에 반대한다”며 “1조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사모펀드에 매각하고자 서두르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HMM), 아시아나항공, 한국지엠(GM) 등이 산은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고용안정에 관한 갈등을 빚어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 측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보태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산은이 공적자금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만큼 기업 노동자들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와 이로 인해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맞서고 있다.

앞서 부산시는 한진중공업·대선조선 매각과 관련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산은 등에 “산업 구조조정을 자본의 논리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산업 경쟁력, 고용안정 등 지역경제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특성상 기업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두면서도 국책은행인 만큼 고용안정 문제를 외면하기 힘들다. 기업의 종사자들과 가족 등 지역경제 및 사회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으나 이를 명확히 한다면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에는 ‘산업의 전환’을 추가해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에 역할을 높이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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