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10개 중 절반 자투리…순자산 비중은 1% 수준
”일반 펀드比 수익률 낮아”…ELS변액 판매사 영향도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증시 활황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변액보험의 펀드 10개 중 절반은 일명 자투리펀드(소규모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투리펀드는 설정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순자산이 50억원 미만인 상태로 1개월간 지속되는 펀드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3년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 이후 보험사에 자투리펀드 정리를 권고했지만, 매년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펀드 중 자투리펀드는 817개로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1%에 달한다.

펀드 절반 정도가 자투리펀드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투리펀드 중에서도 순자산 규모가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 펀드만 310개에 달한다.

금액 측면에서도 전체 변액보험 펀드 순자산(112조9705억원)에서 자투리펀드(1조400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50억원 미만의 자투리펀드는 운용의 효율성을 저하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채권거래 단위가 100억원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채권형의 경우 자유로운 채권거래가 힘들고, 주식형은 효율적인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펀드규모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고정비용이 있어 펀드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운용비용이 높아진다. 운용사들이 소규모펀드 운용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소규모펀드 정리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민원과 불만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투리펀드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54개였던 자투리펀드는 2011년 162개로 3년간 3배 늘어났고, 이후 주춤하다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자투리펀드는 지난 2016년 510개에서 2017년 583개, 2018년 691개, 2019년 733개다.

이는 생명보험사가 변액보험 신상품 출시 단계에서 기존 펀드에 편입하기보다 인기있는 신규펀드를 설립해 운용하는 관행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ELS변액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일수록 자투리 펀드가 많았다. 회사별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319개)과 하나생명(102개), KB생명(96개) 등이 가장 많은 자투리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ELS변액보험은 고객에게 거둔 보험료를 파생결합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을 주가연계펀드(ELF)를 통해 간접투자 하는 식으로 운용한다.

이들 보험사가 설정하는 ELF는 일부 투자자들이 기간내 청약해 발행되는 ELS 상품 특성상 폐쇄형으로 운영한다. 변액보험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를 기존 ELF에 편입할 수 없고, 계속해서 신규 펀드를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자투리펀드서 국내 투자형 펀드(569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69.6%로 가장 컸으며, 그 중에서도 ELF 등 파생결합증권에 순자산 절반 이상 투자하는 펀드(392개)가 68.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투리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라며 “다만 소비자 보호 문제로 자투리펀드를 정리하기 어렵고, 통상 ELS변액보험의 경우 개별 은행과 제휴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구성의 펀드라도 각각 개별로 설정해야 해 자투리펀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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