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신용카드 영업 위축에 어닝쇼크
‘잘하는 걸 더 잘하자’ 투자자산 규모 확대 주력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존폐위기에 놓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자산관리(WM)를 발판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WM 서비스 대상 기준을 낮추고 비대면 투자상품 판매 채널 기능을 개선하는 등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상쇄할 수수료 수익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올해를 WM 부문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서비스 고도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과 연계해 WM 사업을 넓히는 중이다. 그룹의 투자 전문인력들이 도출한 투자 테마에 따라 국내에서도 최신의 차별화된 글로벌 투자전략과 시장전망을 제공한다.

또 WM 대상을 기존 고액 자산가에서 중산층 고객까지 대폭 확대하고, 은행과 증권 비즈니스를 결합한 복합점포를 연내 개설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저금리에 특화한 생애 자산관리 서비스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를 출시했다.

씨티은행은 올해 차세대 모바일뱅킹 앱인 ‘오디세이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디세이 프로젝트는 전임 박진회 행장 시절 오픈뱅킹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예금 가입은 물론 펀드 매수 및 환매, 투자성향 분석 등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VIP 고객 충성도 유지를 위해 유튜브, 줌 등 채널을 통한 온라인 세미나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대안투자펀드와 신종자본채권 등 상품 라인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두 은행이 WM 부문에 주력하는 데는 어닝쇼크 수렁을 탈출할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판단이 녹아있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13%, 38.0% 줄어든 1829억원, 1611억원을 기록했다. 초저금리 기조에 NIM이 줄고, 소비 감소에 주요 수익원인 신용카드 영업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

다만 WM 실적만큼은 예외였다. 두 은행은 지난해 은행권에 직격탄을 날린 DLF·라임펀드를 자체 심사에서 걸러내며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입증, 사모펀드 시장에서 여타 은행들이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도 투자상품 규모(AUM)와 WM 고객 수를 늘려가며 수익을 끌어올렸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신용카드 관련 수수료 수익급감에도 불구 올해 3분기 누적 수수료순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77%, 28.45% 증가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실적 부진에 꼬리표와 같은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업점포수도 빠르게 줄어나가고 있다. 존폐위기 극복을 위해 여신보다는 강점인 WM 등 비이자부문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은행장들은 WM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며 신년사에서 문턱을 낮추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 강화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SC제일은행은 수익에서 WM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 10%대에서 25%까지 올리는 것, 씨티은행은 올해 WM 관련 목표 고객을 50%, AUM는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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