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검토 중…금융당국과 논의할 것”
가격폭락에 ‘틱 당 퍼센테이지’ 커진 탓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코스피 200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소위 ‘곱버스’의 국내 첫 액면병합 사례도 예상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액면병합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전날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주가가 2040원으로 마감했다. 이 ETF는 지난해 3월 코로나 확산 초기 1만2815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연일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장중에는 최고점 대비 85% 하락한 수준인 1875원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가격이 지속 하락할 경우 곱버스 1호가 당 차지하는 퍼센테이지가 선물 1호가 당 차지하는 퍼센테이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된다.

전날 기준 곱버스 상품이 추종하는 코스피 선물 200의 1호가 당 퍼센테이지는 0.03% 수준인데, 현재 곱버스 상품의 호가당 금액은 5원으로 0.25%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경우 선물 호가의 미세한 변화를 곱버스가 제대로 추종하지 못하게 된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13일(주가 5870원) 해당 상품의 1틱당 비율은 0.09%이어서 선물 호가변화단위에 대해 어느 정도 추종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달 13일(주가 2040원)의 1틱당 비율은 0.25%로 3배가량 늘어났다. 주가가 상장 이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3월 19일(주가 1만2815원)과 비교하면 1틱당 비율은 6배 넘게 뛰었다.

틱당 퍼센테이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투자자에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선물 여러 호가단위가 곱버스 1호가 단위에 반영되다 보니, 같은 호가에서도 투자 당시의 선물 호가가 다를 수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1분간 호가 변화. 펀드의 순자산가치(NAV)가 계속 변동하는 와중에도 주가는 2020에 고정 돼 있다. 1틱당 퍼센테이지 비율이 높아서 NAV 변동에도 호가가 연동해 움직이기 어려운 탓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1분간 호가 변화. 펀드의 순자산가치(NAV)가 계속 변동하는 와중에도 주가는 2020원에 고정 돼 있다. 1틱당 퍼센테이지 비율이 높아서 NAV 변동에도 호가가 연동해 움직이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자본시장법상 ETF의 액면병합이 가능한지 등의 법적 검토를 거치고, 해외 ETF의 액면병합 사례도 수집하고 있다. 향후 금융당국과 논의도 거칠 계획이다.

해당 곱버스가 액면병합을 실시하면, 국내에선 ETF를 포함한 펀드 가운데 최초의 액면병합 사례가 된다. 그간 일부 국내 펀드의 액면분할 사례는 있었지만, 액면병합 사례는 전무하다.

외국에서는 곱버스의 액면병합 사례가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 하락에 3배 베팅한 인버스 ETF인 SQQQ(ProShares UltraPro Short QQQ) US는 지난 2010년 상장 이후 총 5번의 액면병합을 진행했다.

삼성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1틱 가격이 5원인 상황에서 주가가 만원일 때의 5원과 2000원일 때의 5원이 미치는 레인지 차이가 매우 크다”며 “틱 당퍼센테이지인 0.25%만큼 비용이 드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액면병합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내부검토 중이다”며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없는지 등을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상장된 다른 곱버스들도 액면병합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선물인버스2X, KB자산운용의 KBSTAR 200선물인버스2X,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200선물인버스2X 모두 주가가 2000원선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틱당 퍼센테이지도 0.2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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