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프로그램에 줄어든 수요
지난 추석 지원금 소진도 지지부진
정부 눈치에 무의미한 규모 늘리기

한 시중은행 창구.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창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중은행이 경기침체, 소비위축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올 설에도 특별운전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금 규모가 70조원에 달하는 ‘통 큰’ 계획이지만, 코로나19라는 특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지원 방식에 생색내기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설맞이 중소기업 지원 특별자금으로 약 70조원을 풀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및 법인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특별자금 공급을 시작했다. 총 공급액은 전년도와 같은 15조원(신규지원 6조·기한연장 9조)으로 편성했으며 내달 26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설 특별자금으로 전년(8조)보다 2조원 늘어난 10조원(신규지원5조·기한연장 5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자금 지원 규모는 은행 간 사전협의 후 편성된다는 점에서 신한·하나·우리 등 나머지 시중은행 역시 전년도와 같거나 소폭 상향조정 된 수준으로 공급액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올 설 특별자금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지난 추석(70조)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특별자금은 중소기업의 직원 급여, 상여금, 결제자금 등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에 관련된 기존대출의 만기 연장 또는 금리감면, 신규 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적용에 쓰인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은행의 선심은 명절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 힘이 되며 이미지 쇄신에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반응은 영 시원찮은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된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밀려 수요가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원금상환 민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하고 초저금리의 긴급 대출상품을 도입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선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매출 감소를 입증해야 하지만(연 매출 1억원 이하는 조건없이 피해 기업으로 간주) 제출서류가 간단해 기업 대부분이 신청 조건에 부합한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 설명이다.

이에 지난해 9월 추석에 공급된 특별운전자금의 소진도 지지부진했다. 당시에도 5대 시중은행에서 총 70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소진율은 7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수출입·해외 진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존대출 만기 연장 및 금리감면은 신청 수요가 많았지만, 우대금리 적용 신규 대출 대한 반응이 특히 미지근했다는 후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안정 프로그램 주문대로 초저금리 대출 및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명절 특별운전자금운영 이상의 지원을 선제적으로 해왔다”며 “예년보다 특별자금 지원 신청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되나, 그렇다고 규모를 줄일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시즌(명절)에 맞춰 특별자금 운용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는데 코로나19 프로그램을 지원했다고 올해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보고하기엔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올해 설은 지난해 설보다 규모를 키우지 않고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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