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4 23:40 (수)
[응답하라, 우리술183] 과하주 명가로 우뚝 선 여주 ‘술아원’
[응답하라, 우리술183] 과하주 명가로 우뚝 선 여주 ‘술아원’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1.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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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있는 선택과 차별화된 술에 집중하는 신예 술도가
오크 숙성 프리미엄 과하주 및 드라이 버전도 준비 중
경기도 여주에 자리한 술아원에선 과하주 ‘술아’와 ‘경성과하주’, 고구마소주 ‘필’, 복분자 약주 ‘복단지’, ‘핸드메이드막걸리’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술아원은 과하주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오크숙성 과하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도 여주에 자리한 술아원에선 과하주 ‘술아’와 ‘경성과하주’, 고구마소주 ‘필’, 복분자 약주 ‘복단지’, ‘핸드메이드막걸리’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술아원은 과하주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오크숙성 과하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과하주라는 술이 있다. 여름을 나는 술(過夏酒)이다.

지금이야 사철 일정한 온도로 술을 관리할 수 있어, 여름을 난다는 뜻이 낯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시절 여름은 술에게 가장 큰 적이었다.

오죽하면 소주가 여름 술의 대명사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겠는가.

일제강점기까지 과하주는 막걸리, 약주처럼 술의 한 장르로 존재했을 만큼 유명한 술이었다.

막걸리 발효 중에 증류주를 넣어 발효를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만드는 과하주.

마치 스페인의 셰리 와인이나 포르투갈의 포르투 와인처럼 주정강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문헌을 보면 이들 국가보다 100년쯤은 앞선 술이다.

과하주는 특히 달콤한 술맛에 알코올 도수 20도를 넘볼 정도로 알코올감까지 묵직해 애주가들이 자주 찾던 술이기도 하다.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당대의 명주를 거론하면서 ‘경성과하주’라는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당시 서울 사람들이 이 술을 꽤 좋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하주는 오랫동안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술이었다.

강진희 대표가 ‘술아’라는 이름의 술을 내기 전까지, 상업양조에서 과하주는 기억에서 지워진 존재였다.

그나마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천과하주가 사찰의 윤곽이나마 겨우 알게 해준 폐사지 같은 존재처럼 술의 원형을 유지해왔지만, 대중들은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랬던 과하주가,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것처럼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그 술이, 술아원 강진희 대표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우리 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술아원은 경기도 여주에서 우리 전통주를 복원하며, 이를 새롭게 오늘의 술로 해석하고 있는 신예 술도가다.

지난 2014년 과하주 ‘술아’를 출시하고 ‘핸드메이드막걸리’와 고구마 소주 ‘필’, 그리고 복분주약주 ‘복단지’ 등 여타 양조장과 비슷하면서도 결을 달리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고 있는 양조장이기도 하다.

가양주연구소에서 양조를 배울 때만 해도 자신이 양조장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강 대표.

여타 술도가와 차별화된 술을 생산하면서 번듯한 양조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술아원. 사진은 강진희 대표가 새로 도입한 증류기 앞에서 자사의 고구마 소주인 '필'을 들고 있는 모습.
여타 술도가와 차별화된 술을 생산하면서 번듯한 양조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술아원. 사진은 강진희 대표가 새로 도입한 증류기 앞에서 자사의 고구마 소주인 '필'을 들고 있는 모습.

지도자과정을 마치면서 ‘파일럿 프로젝트’로 자신들이 만든 술을 시장에 출시하자고 의기투합하면서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것은 지속적인 상업양조를 뜻하진 않았다.

전통주를 배우면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전통주를 아는 사람들에겐 복원에 대한 책무까지 느끼게 했던 과하주를 출시할 때 강 대표는 양조 인생을 걷게 한 운명적인 변곡점을 만나게 된다.

강 대표는 쉬우면서도 시장친화적인 이름을 지어 과하주에 붙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팀원들은 네 종류의 술에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을 짓자며 ‘눈숨’, ‘바다춤’ 등의 이름을 제시한다.

상표등록을 앞두고 밤새 고민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과하주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기억하기 힘든 이름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술아’라는 이름을 선택한다.

뜻은 술과 나의 합성어. 그리고 바로 상표등록을 했다고 한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결국 상업양조를 선택하고 양조장을 만들 때 남은 사람은 강 대표를 포함해 두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과하주 ‘술아’는 지난해 주정 대신 증류소주를 넣는 방식으로 술을 고급화시킨 ‘경성과하주’를 출시하면서 과하주 명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강 대표는 이렇게 시작한 과하주의 또 다른 프리미엄 버전을 오크 숙성에 방점을 찍고 준비하고 있다.

주정강화와인처럼 다채로운 맛을 위해 버번위스키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한편, 현재의 단맛 중심의 술을 셰리 와인처럼 드라이하게 만들어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신축한 양조장 한편에 오크통도 갖추는 한편, 수량도 계속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또 프리미엄 버전만큼 대중적인 술들도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차별화된 소재로 술을 만들어, 여타 양조장과 중첩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술아원 술의 내일은 숙성이 주는 깊은 맛이 더해지고, 가성비 갖춘 대중적인 술로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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