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적응하고 환경 유리하게 활용하는 힘 중요한 시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위기 극복 위해 ‘리질리언스’ 강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외부 충격으로 수축된 스프링이 강한 활력을 통해 원래보다 더 강하게 튀어 오르듯이, 급변하는 외부 흐름을 민첩하게 파악해 리스크를 걸러내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기업만이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리질리언스, 즉 회복탄력성을 확보해 코로나19로 인한 전방위적 경기후퇴 등 눈앞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지극히 가치중립적인 단어다. 물리학에서 나온 이 말은 감성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탓에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학문 용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밋밋하다. 지금은 심리학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자주 접하지만 절박함이 가려져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는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 능력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단어에 내재해 있는 동인을 찾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만다.

유대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희대의 사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을 자신의 외모와 품위를 유지하는데 할애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작가 프리모 레비와 빅터 프랭클은 자신들의 책에 하루 한 잔 주어지는 물을 어떤 이는 벌컥 마셔버렸지만, 어떤 이들은 남겨서 면도하는 데 사용했다고 기록한다.

이것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이 됐다고 우리에게 두 작가는 증언하고 있다.

목숨을 노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다음’을 준비하는 면도라는 행위는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청결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은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종국적으로는 나치가 만든 질서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마지막 항거였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내일을 준비한 사람들은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사후적으로 광기 어린 집단학살이라는 행위를 알게 된 사람들은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도덕적 가치의 시선으로 보게 되지만, 당시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에 감금돼 있던 유대인들에게 나치의 행위는 생존의 문제였다.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내려 했을 것이다.

동양의 사고체계에서 회복탄력성은 정치적 인과관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오월동주라는 고사가 담겨 있는 《사기》의 〈월세가〉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도 같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형설지공처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는 고사도 차고 넘칠 만큼 많이 전해진다. 《사기》 〈손숙통전〉에 전해지는 ‘공고식담(功苦食啖)’도 마찬가지다.

괴로운 처지와 싸워가며 보잘것없는 음식에 만족한다는 뜻의 이 글은 고생하며 면학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은 성공이든 재물이든 쉽고 빠르게 얻길 바란다. 겉으로는 무언가를 얻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얻길 희망한다.

그런데 그것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사람, 즉 얻기 직전까지의 지루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성공이라는 단어를 갖게 된다.

와신상담하는 시간도 그렇고, 공고식담하는 시간도 그렇다. 그 지루한 시간이 주는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면 회복탄력성은 기능하지 못한다.

미증유의 시대.

이겨내야 할 위기의 규모와 종류도 해가 갈수록 더해가는 그런 시대에 손태승 회장이 말하는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은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는 집중력과 인내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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