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작년 10월 화재 손실만 167억·35억
“일정금액 기준 삼는 등 출재전략 미흡한 결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화재보험의 재보험 출재전략을 두고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수사의 위험인수 역량을 강화하려는 금융당국의 기조 아래 보유를 늘려왔지만, 연쇄사고 발생시 리스크를 그대로 떠 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화재보험 손해율은 각각 109.2%, 93.6%를 기록했다.

전년동기(63.1%·42.9%)와 비교해 각각 46.1%p, 50.7%p 급증했다.

같은기간 화재보험으로 인한 보험영업손실만 각각 167억원, 35억원에 달한다. 일반보험이 3분기에 이어 이들 손보사의 4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화재보험 손실이 커진 원인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울산 아파트 화재사고 등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공장화재는 공장 내 고가의 기계·설비의 손해까지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화재 사고보다 손해액이 큰 편이다.

업계는 일반보험 출재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손보사들은 지난 2016년 이후 화재보험의 보유율을 늘려왔다. 금융당국의 일반보험 경쟁력 강화 기조와 함께 화재보험 손해율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작년 10월 기준 화재보험 보유율은 97.2%다. 4년전만해도 보유율은 65.5% 수준이었으나, 손해율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자 보유를 늘리기 시작했다.

10월 기준 삼성화재의 화재보험 손해율은 △2016년 65.5% △2017년 37.6% △2018년 48.1% △2019년 63.1%였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보유율이 49.0%에서 62.1%까지 늘어났다. 현대해상도 10월 기준 화재보험 손해율이 △2016년 49.0% △2017년 34.5% △2018년 51.3% △2019년 42.9%로 50%대 이하로 유지돼왔다.

보험사는 상품을 팔아 인수한 위험의 일부는 보유하고 나머지 위험은 재보험(보험사를 위한 보험)을 통해 전가한다. 이 중 보험사가 보유하는 위험 비율이 보유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판단요율 도입과 함께 보험사가 대형공장·선박 위험 등 기업성보험을 인수할 경우 최소한 위험의 10%를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보험사가 스스로 위험 보유역량을 키우기보다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협의요율에 크게 의존해 불필요한 재보험 출재가 이뤄진다는 생각에서다.

무분별한 재보험 출재는 계약자 보호 약화와 보험사로서의 위험보장 기능 상실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보사들은 각 사 내부기준에 따라 화재보험 물건 중 일정 금액 이상은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전가하고, 이하는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을 받아 자체 보유한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재보험 출재를 줄였을 때 사고가 나지 않으면 이익이 난다. 반대로 중소형 물건에서 연쇄사고가 발생하면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금액을 기준으로 규모가 적으면 물건을 자체 보유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금융당국이 자체 위험보유 능력을 갖추라고 주문했고, 보험사들도 위험을 흡수할 만큼의 자본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지만, 결국 출재 전략이 미흡했던 것”이라며 “지난해 대형 물건 외에도 중형물건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올해 손보사들이 재보험 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