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보험업법상 설계사 명의차용 금지
“한 회사 상품밖에 못팔아 GA명의 이용”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해 수수료를 챙긴 생명·손해보험 전속설계사들이 대거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자신이 소속된 보험사의 상품밖에 팔 수 없는 전속설계사들이 더 많은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발생한 일로 풀이된다.

보험사가 전속설계사보다 GA에 더 많은 인센티브(시책)을 지급하는 관행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에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8호에 따른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 행위 위반으로 지난 15일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날 흥국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소속 설계사도 타인 명의 보험계약 체결로 과태료를 받았다. 앞서 지난 14일 AIA생명과 푸본현대생명 소속 설계사도 같은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이들 설계사는 새 계약을 모집한 설계사에게 보험사가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를 노렸다. GA 모집종사자의 이름으로 고객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해당 보험사로부터 수당을 챙긴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모집종사자 명의차용을 금지하고 있다.

설계사들의 비행은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를 과도하게 늘린 데서 비롯됐다.

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전속설계사보다 외부 채널인 GA에 더 많은 수수료와 시책(인센티브)을 지급해왔다. 자사 보험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일종의 보험판 하이마트다.

보장성보험의 모집수수료는 월 납입보험료의 1200%에 현금 및 물품시책(인센티브) 등을 더해 많게는 계약 건당 1400~1600%까지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월 10만원짜리 보험을 팔면 140만~16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이중 120만원 정도를 계약 첫해 혹은 첫 달에 지급받기도 했다.

한 회사 상품밖에 팔 수 없는 전속설계사들이 본인 고객 유지를 위해 타인 명의를 이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 관계자는 “제재 과정에서 설계사들은 본인 고객이 다른 회사 상품을 원해서 GA 소속 설계사 명의로 보험을 모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전속설계사들이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라며 “보험사가 GA에 주는 시책도 일부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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