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불이익이 보험원칙 앞선 판결
동양-삼성 약관 같아 향후 소송 영향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동양생명이 즉시연금보험 미지급 소송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상품의 설명 의무를 보험원칙보다 우선해 보험계약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두 번째 패소 결정이다. 이번 판결이 향후 벌어질 대형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재판부(판사 명재권)는 지난 19일 동양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낸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 미지급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한화·교보·KB·KDB생명 등 항소를 포함해 12개 재판이 대기 중이다. 가까이에는 오는 3월 원고 55명이 삼성·한화생명을 상대로 한 공동소송의 1심 판결이 예정됐다.

중소형사-대형사 약관 판박이

전문가들은 연이은 보험사들의 패소가 차후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큰 대형 생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동양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은 삼성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약관과 같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은 한화·교보생명의 약관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즉시연금 소송의 쟁점이 된 ‘상속연금형’은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일시에 받은 보험료를 재원으로 보험수익자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하고, 만기 시에는 처음 냈던 납입보험료의 상당액을 돌려주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계약자들은 보험사가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내용(연금월액서 만기 시 보험사가 납입보험료 상당액을 돌려주기 위해 쌓는 재원)을 연금액에서 제외했으니, 미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가입설계서, 핵심상품설명서, 산출방법서 등 약관을 제외한 기초서류에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명시·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약관에는 만기보험료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지 않았고, 약관이 아닌 기초서류에 포함된 연금월액 계산에 대한 복잡한 수식을 계약자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계약자들이 연금월액 계산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이 공제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기초서류에서 정한 복잡한 연금월액 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금월액이 어떤 방법으로 결정되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해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이 사건의 보험계약 약관에는 생존연금 지급금액에 관해 ‘연금개시시점의 연금계약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생존연금 지급’이라고 정해, 이러한 약관 문구만으로는 연금월액이 어떠한 방법으로 산출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작성자불이익’, 보험원칙보다 우선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1월 판결된 1심 소송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은 동양생명과 차이를 보인다. 미래에셋생명과 한화·교보생명은 즉시연금 상속형 약관 내 연금지급금액 설명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보험사들은 이 문구가 만기보험금 재원에 대한 연금월액 지급금액 산출을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재판부는 보험사가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문구만으로는 연금월액 산출에 대해 계약자들이 어떤 방법인지 알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두 소송의 공통된 결론은 상위법령인 상법에 근거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두 “보험계약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주요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근거한다”고 판시한 것도 상법 내 약관규제법상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에 따른 결론이다. 

다만 만기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 재원을 연금월액서 제하는 건 보험상품이 만들어지는 기본 구조다. 보험사는 보험상품의 수입과 지출이 동일해야 한다는 ‘수지상등의 원칙’을 통해 상품을 만든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쪽 소송에서 모두 “무배당이라는 보험구조, 수지상등의 원칙 등은 보험회사가 보험상품을 개발함에 있어 지켜야 할 원칙으로 이를 두고 보험계약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는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의 원칙보다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우선한 것이다.

한편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4300억원(5만5000건)으로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각각 850억원(2만5000건), 700억원(1만5000건)이다. 생명보험 전체사의 미지급금 규모는 약 1조원 대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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