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시즌’…높은 한도 앞세워 수요 공략
대출 속도조절 분위기 속 눈 감고 귀 막기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총량 규제로 경직된 전문직 대출 시장에서 높은 한도를 무기로 길 잃은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고액 신용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다른 은행과 달리 틈새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문의가 배출되는 2월과 3월, 개원 시즌을 앞두고 쏟아지는 의사 전용 신용대출 상품 ‘닥터론’ 상담 문의에 은행들이 난감에 하고 있다. 최근 전문직 전용 상품의 최고 한도와 우대금리를 대폭 낮춘 상태라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폭증 억제를 위한 고강도 신용대출 규제에 맞춰 낮은 금리로 수억원씩 빌리는 고신용·고소득의 전문직 신용대출부터 죄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전문직 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4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12월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최고 한도를 3억원→1억원, 3억원→2억원으로 각각 줄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6일부터 개원(예정)의 전용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개원 시 최대 6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대신 봉직의 전용 신용대출에 개원의를 편입했고 기본한도(일반봉직의 기준)를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지방은행의 닥터론 역시 최고 한도를 기존 4억원대에서 2억~3억원 수준으로 하향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개원 시즌 특수에 코로나19로 환자 방문이 줄어 경영난을 겪는 의사들, 잇단 대출 중단 이슈에 미리 받아놓으려는 가수요까지 겹치며 닥터론 문의가 많다”라며 “하지만 총량 규제 부담에 적극적인 영업이 힘들고, 필요 자금보다 낮게 책정되는 한도에 실계약까지 원활히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씨티은행 닥터론의 현재 최고 한도는 5억5000만원이다. 가계대출 관리 압박 분위기에도 종전 한도를 유지 중이다. 최저금리는 금융채 3개월 기준 연 2.63%로, 금융채 12개월 기준으로 평균 2.70%대인 다른 은행과 비슷하거나 약간 웃돈다.

상품에 설정된 최고 한도액이 크다 해서 다른 은행보다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개인의 신용도 및 매출, 전년도 소득, 재산 사항 등에 따라 실제 집행액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평균보다 2배 이상 높게 설정된 최고 한도는 대출 수요자를 사로잡는 데 충분한 요소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가계대출 총량 규제 전, 닥터론 한도가 가장 높았던 하나은행은 개원 시장서 닥터론 대출 원탑으로 꼽히곤 했다.

은행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외국계 은행이란 점에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 또 수익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상 고액 신용대출 상품인 닥터론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당행 신용대출의 경우 연소득 대비 최고 한도를 27배에서 24배로 줄였으며, 일부 상품은 금리인하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상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