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수익성평가 ‘직접적 이익’ 중심으로 추정
“지자체 기금 입찰경쟁 시 ‘음지 활성화’될 것”

은행 재산상 이익제공 내부통제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수백억, 수천억원의 출연금을 제공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입찰경쟁 시 인맥을 동원하거나 로비를 벌이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올해부터 특정이용자에 관한 출연금, 기부금 등 재산상 이익(최근 5개 사업연도 동안 10억원 초과)을 공시할 때 이미 제공한 금액뿐 아니라 향후 확정된 경제적 가치까지 포함해 게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공된 금액만을 기준으로 해 은행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은행의 공시 기준이 합리화되고 은행권의 과도한 출연금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은행들이 출연금 규모를 산정할 때 예상수익 계산 시 직접적인 이익에 중점을 두도록 입증이 모호한 홍보·브랜드 가치 증대 효과 등을 제외하도록 한 게 골자다. 신규고객 유치 등 간접적인 효과는 이익산출 근거와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 이사회나 준법감시인 및 내부심의기구를 통해 출연금 등에 대한 적정성을 심의할 수 있도록 분석자료 등을 사전에 제공하는 한편 출연금 제공 이후 사후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당국은 은행이 이를 잘 지키는지 고강도 검사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종합검사’ 은행 내부통제 부문에 ‘재산상 이익제공 업무의 적정성’을 추가했다.

첫 타자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가장 지자체 금고 출연금 규모가 큰 신한은행이 지목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종합검사 결과 서울시 예산 31조원을 관리하는 제1금고 유치 과정에서 30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내놓기로 했으나 이사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내부 절차상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지적돼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을 온전히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산상에 이익제공 공시 기준 합리화, 심의 강화 방안 등에 대한 타당성과는 별개로, 수익성 평가 기준까지 당국이 개입하는 건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가 원하는 수준의 출연금 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결국에는 우회적으로 이익을 제공하는 등 음지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은행들의 조건이 비등한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출연금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에 금고 운영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예년보다 줄어든 만큼 과도한 경쟁이 줄어든 분위기”라며 “수지타산에 따라 유찰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익성은 어디까지나 은행이 판단해야 할 몫이나 당국의 압박에 소극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우려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연금 산정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최대한 합리적이면서 보수적으로 산출할 수 있게끔 권고하고 있다”며 “무조건 강제하는 게 아니라 불이익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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