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진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은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금소법 시행은 그동안 각 업권법에 따라 이뤄지던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를 단일화된 법률로 통일해 관련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금소법 적용 대상중에는 벤처캐피탈도 일부 포함됐다. 벤처캐피탈이란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경영지원 등을 해 해당 기업을 성장시킨 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한다.

벤처투자가 활성화되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벤처캐피탈시장(이하 모험자본시장)에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금소법 적용의 실익도 있다.

벤처캐피탈에 대한 금소법 적용에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벤처캐피탈에는 금소법 적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상장증권보다 위험성이 높은 비상장증권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금소법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이는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는 할 수 없고 국내 모험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금융소비자의 수 및 투자금액, 모험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비자들의 피해 수준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금소법은 각 업권법에 따라 이뤄지던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를 단일화된 법률로 통일한다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기능을 하는 벤처캐피탈 중 일부에만 적용이 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모험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해 자격을 취득하는 창업투자회사 및 창업기획자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등록하는 신기술사업금융업자가 있다.

창업기획자의 경우 창업투자회사 또는 신기술사업금융업자보다 초기기업에 투자를 하며, 투자 후 투자금의 회수라는 기능도 있지만 초기기업을 보육하는 기능이 보다 강조된다.

따라서 창업기획자의 경우에는 다른 두 벤처캐피탈과는 투자대상 및 창업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업자는 투자대상 기업의 성숙정도나 투자 후 회수라는 측면에서 모험자본시장에서 기능이 유사한 면이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주로 금융상품 취득을 하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사업자 역시 자신들이 결성한 펀드에 투자자를 모집해 이들의 자금을 함께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기능이 거의 같다.

그럼에도 이번 금소법에서는 벤처캐피탈 중 창업투자회사는 제외됐다.

이와 같은 상태는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를 단일화된 법률로 통일해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금융소비자보호의 입법취지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진통을 겪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른 집합투자업자로서 투자자에 대해서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투자자만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무관리회사에 의한 펀드일일정산제도, 신탁업자에 의한 펀드자산 관리, 상당히 완화돼있긴 하지만 최소한의 판매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모험자본시장의 플레이어인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의 경우 위와 같은 제도가 없고 다만 신탁업자에 의한 펀드자산관리만이 규정돼있다.

주된 투자대상자산도 비상장증권이 대부분이라 사모펀드에 비해 투자자가 부담하는 위험도 크다.

이러한 점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업자가 모두 마찬가지지만, 신기술사업금융업자는 자본금이 100억원 이상 창업투자회사는 20억원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오히려 창업투자회사가 운영하는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금융소비자 보다 높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기업 및 비상장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보다 금융소비자보호라는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로 국내 현황에 맞춰 정책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모험자본시장에서 두 가치 중 무엇을 우선시할지 결정이 됐다면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원칙에 따라 일관된 규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규제차익을 이용하는 자들이 반드시 발생하고 그 피해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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