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표준화 법안 발의 “손해율 영향없을 것”
실손 보상 ‘펫보험’ 소비자 인식 전환 우선돼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올해도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을 활성화하려는 당정 차원의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정작 보험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법 개정을 통한 동물병원의 진료체계 개선보다는 펫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26일 국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 19일 ‘반려동물 3법(보험업법,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병원의 진료·수술 행위와 진료비를 표준화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 통과 시 ‘동물의료제도개선위원회’가 신설돼 동물진료 표준비용을 연구하고, 민간보험제도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이 반려동물 진료체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와 진료행위 권유가 펫보험 손해율과 보험요율 산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1999년 동물병원 표준의료 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진료비 책정은 자율화됐다. 

다만 보험업계는 진료비 표준화가 펫보험 활성화에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반려동물 진료비를 표준화한 사례는 없으며, 독일에서 진료비 사전공시제 정도만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국인 스웨덴(40%), 영국(25%), 노르웨이(14%)의 펫보험 가입율은 높은 편이다. 미국의 펫보험 시장 규모도 10억3000억 달러(한화 1조1000억원)로 성장해 가입률이 10%대를 넘어서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등은 펫보험 손해율이나 보험료율 산출에 큰 연관이 없다고 본다”라며 “실제로 펫보험은 기존 통계 데이터로 위험률 산출이 가능하며 보험금 지급에도 상한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잉진료 등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지난 2008년 처음으로 펫보험을 출시했지만, 손해율 악화로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 과거 출시된 펫보험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아직 작고 펫보험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다소 상품성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조 단위로 확대되면서 2018년 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롯데 등 7곳이 본격적으로 펫보험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보장범위와 가입형태가 다양해졌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업계 최초로 장기 애견보험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동물의료제도 개선보다는 펫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펫보험은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실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반려동물 전용 ‘실손의료보험’이다.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보험과 동일하게 중복보장이 되지 않으며, 건강검진비나 미용 목적의 진료비는 보상하지 않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펫보험은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보험과 다를 게 없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진료비의 모든 부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오히려 적금이 더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라며 “결국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신뢰회복, 대대적인 홍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펫 보험금 지급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펫보험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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