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상해보험 등에서 신규매출 29%·84%↑
“손보상품처럼 주계약 가볍고 특약 다양해져”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생명보험업계 ‘빅2’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손해보험사와 경쟁하는 ‘제3보험’ 시장에서 최근 4년간 매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삼성생명의 제3보험(질병·간병·상해·어린이보험) 신규매출(누적 초회보험료)은 639억원으로 지난 2016년 10월(496억원)보다 29% 늘어났다.

제3보험 신규매출 중에서는 상해보험이 29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질병보험(240억원)과 장기간병보험(96억원), 어린이보험(11억원) 등이다. 4년전과 비교하면 암보험 등 질병보험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신규매출이 259억원에서 477억원으로 84% 불어났다. 상해보험(233억원), 질병보험(185억원), 어린이보험(31억), 장기간병보험(28억원) 순으로 많은 신규매출이 발생했다. 한화생명도 질병보험의 신규 매출 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보장성보험은 종신보험과 중대질병(CI)보험, 그리고 두 상품을 제외한 제3보험(기타 보장성보험)으로 나뉜다.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판매 가능한 보험종목으로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을 말한다.

생보사들은 그동안 제3보험에 주력하지 않아 왔다. 과거 외형확대를 위해선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면 됐으며, 보장성보험에선 종신보험처럼 계약 건당 보험료가 비싸 수익성에 도움을 주는 상품을 주로 판매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삼성생명은 치료비 보장을 강화한 암보험을 선보였으며, 지난해 업계 최초로 경증 유병자 시장을 개척해 유병자보험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는 저성장·고령화로 이들의 주력상품인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등을 판매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 2016년 1조5388억원에서 2017년 7741억원, 2018년 5466억원, 2019년 5012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생보사들이 의도적으로 종신보험 판매를 줄여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종신보험보단 제3보험이 수익성에 더 유리해서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킥스(K-ICS) 도입을 앞두고 있다.

IFRS17에서는 향후 보험기간동안 발생할 예상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급을 기준으로 회사 수익을 계산한다. 종신보험엔 최저보증제도가 있어 보험사엔 평생 일정 이율 이상을 보증해야 하는 ‘초장기부채’인 셈이다.

결국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과 재무제표상 부채(준비금) 부담을 늘리는 종신보험보단 보험만기가 있고 준비금 부담이 적은 제3보험을 판매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 생보사가 종신보험만 팔아선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라며 “최근 생보사들이 내놓는 암보험이나 상해보험은 주계약을 가볍게 하고 다양한 특약을 부과하는 손보사의 건강보험과 차이가 거의 없다. 대형 생보사들이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판매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생·손보사 간 제3보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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