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사태 괘씸죄, 직접투자 증가로 판매액 급감
당국 눈치에 규제 비용 부담↑…“자숙 분위기”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한때 은행 비이자이익 증대 전략의 핵심 역할을 하던 펀드판매가 사모펀드 사태 이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각종 규제로 위축된 판매 환경에 펀드 수수료 수익 복구에도 손 놓은 모습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 공모·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97조29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말 103조9635억원에서 8월말 103조2906억원, 10월말 102조3307억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펀드판매 침체의 발단은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사태다.

DLF를 시작으로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독일헤리티지 등 각종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고에 휘말리며 판매사로서 고객 신뢰를 잃었고 개인 투자자 대상 펀드판매 잔액이 급감했다.

증시 활황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면서 공모펀드 고객까지 주식 직접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권 주식형 펀드 판매잔액은 15조2495억원으로 전년동월(17조9614억원) 대비 15% 넘게 빠졌다.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도 펀드판매 영업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사모펀드 사태들을 거치며, 자칫 사회적 분위기에 반하는 행보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투자자보호 강화 조치는 마무리됐고, 이제 시장의 활기를 되찾기 위한 고객 유도 마케팅이 이뤄져야 하지만 과거 펀드판매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한 지탄이 잠잠해질 때까지 튀지 않도록 자숙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규제로 인한 비용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도 은행의 펀드판매 활동을 위축시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에 ‘투자금 100% 반환’을 권고했다. 펀드를 둘러싼 분쟁조정에서 전액 배상이 이뤄진 첫 사례다.

은행들은 투자금 전액 반환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권고안을 모두 수용했다.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금감원은 조정안 권고 후 수용 여부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오는 3월에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매사의 책임이 강화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입된다. 

금소법에서는 소비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고의·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금융판매업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소송에서 은행이 패소할 소지가 커졌고, 패소 시 적용될 과징금 및 손해배상 기준도 크게 높아진 상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펀드판매 수수료는 1% 남짓이다. 규제 리스크까지 제쳐두고 판매에 급급할 만큼 수익성이 좋은 상품은 아니다”라며 “이자수익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이 시급한 인터넷은행도 펀드 판매가 허용됐음에도 진출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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