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단단해진 라쿤운용, 주식으로 진가 발휘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라쿤자산운용이 한 차례 큰 폭풍우를 헤치고 여유롭게 순항 중이다. 항해를 방해했던 장애물을 내려놓고 그들이 제일 잘하는 ‘주식 잡이’로 닻을 다시 올린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홍진채 대표는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명확해졌다. 현재 자산운용사로서 해야 할 본질이자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주식형 펀드 운용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래의 주력인 주식형 펀드는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오고 있다. 라쿤자산운용의 메인 펀드인 ‘Agile1호’는 지난해 30%대의 수익률을 냈고, 2019년에도 10% 가량의 수익률을 냈다. 2018년의 극심한 하락장에도 -4% 정도의 하락으로 선방한 바 있다. 2019년말 설정한 퀀트 기반의 펀드인 ‘Chang1호’도 지난해 30%대 수익률을 낸 데 이어 올해도 19%의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1월 29일 기준).

특히 라쿤자산운용 소속 펀드매니저들이 장기간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홍 대표는 “펀드매니저가 시장 초과수익을 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 회사를 재직 중이거나 거쳐 간 매니저는 모두 시장 초과 수익을 냈거나 내고 있다”고 말했다. 

라쿤자산운용의 이 같은 성과는 악재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앞서 라쿤자산운용은 지난해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2019년 증권사와 협업해 만든 대체투자 펀드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탓이다.

홍 대표는 “주식형펀드의 신뢰는 장기간의 레코드가 쌓여야 한다. 전 직장 재직 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신생 회사로서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사업 초창기에 고정비를 메꾸기 위해 여러 신사업을 고민하고, 당시 시장의 주류였던 대체투자 펀드를 시도하기도 했다”며 “일부 펀드의 설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사후에 드러났다. 해당 펀드들은 2019년에 이미 청산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주식을 잘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운용사의 역량인 것 같지만 그런 역량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며 “대부분 운용사가 대체투자 펀드 운용에 눈을 돌리며 실제 주식형 펀드에 집중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자산운용업계 내 대체투자 열풍이 불며 주식형 펀드보다 대체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 내 구인공고란이 주식 운용 인력보다 대체투자 운용 인력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의 위기가 오히려 회사에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회사의 하방리스크가 줄어들었고, 업사이드는 커 시간이 지날수록 라쿤운용에 유리한 판이라는 의견이다.

어려움을 함께 겪으니 직원들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

그는 “여의도 내에서 우리 회사 분위기가 제일 좋다고 자부한다”며 “지난 한 해 팀원들이 함께 정신적, 물적 고통이 컸다. 마음고생을 하며 오히려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직원 본인이 맡은 역할만 잘 수행하면 터치하지 않는 것이 홍 대표의 조직 관리 철학이다. 이러한 밑바탕에 직원들은 스스로 나서 일당백의 마음으로 본인의 일에 매진하고 있다.

홍 대표는 라쿤자산운용을 5년 후 최고의 주식형 펀드 하우스로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처럼 꾸준히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낸다면 시간문제라고 자신한다. 

홍 대표는 “대체투자 펀드를 청산하면서 회사 전체적인 운용자산(AUM)은 줄었지만, 수익성 좋은 펀드의 AUM은 오히려 늘어났다. 우리가 잘하면 투자자들은 자연히 우리 상품을 찾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시장보다 꾸준히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레코드가 쌓일수록 시간이 우리편인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자산운용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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