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싱어게인’…과몰입한 출연자 탈락
있는 능력 보여주려면, 마음의 평정 우선 지녀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무명 가수들의 TV 경연프로그램이 최근 장안의 화제다.

이름 대신 번호를 부여해 ‘무명’의 실존을 부각하는 포맷과 가창력 있는 ‘찐’ 무명 가수들의 등장으로 프로그램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던 ‘싱어게인’이 이제 최종 6인이 벌이는 결선 무대만을 남기고 있다.

출연한 가수 모두가 무명 탈출을 꿈꾸며, 제대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피 말리는 경연을 벌인다.

그리고 이들을 심사하는 8인의 가수와 작사가는 참가자들이 정성껏 부른 노래에 애정 어린 심사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노래를 부른 가수나 이를 듣는 심사위원들이 매회 벌어지는 최고의 무대를 만끽하고, 시청자들은 무명 가수들의 솜씨에 매혹당한다.

노래는 솜씨도 중요하지만, 가사에 감정을 얼마나 잘 실어내느냐가 관건인듯하다.

좋은 평을 듣는 출연자들의 노래들이 대체로 그랬고, 소설을 써 내려가듯 기승전결을 만들면서 온 힘을 절정에서 쏟는 사람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그 일은 참으로 어려워 보였다. 아무리 무명 가수들이라 하지만, 한차례 이상 음원을 낸 사람들이니, 실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빛을 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가창력 하나만 봐도 모든 출연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감정의 몰입은 오히려 노래를 망치기도 했고, 때론 100% 감정에 몰입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가수는 노래의 전달자다. 자신이 해석한 노랫말을 자신의 감성으로 청자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몰입으로 감성이 흔들리면, 그 순간 노래를 들으며 차곡차곡 쌓아왔던 청자의 감성도 흔들리고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사실주의 연극에서도 100%의 몰입은 반대한다.

1%의 자아와 99%의 배역의 캐릭터로 연기를 해야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연극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평정심을 잘 유지한 출연자들은 좋은 성적을 거뒀고, 최종 여섯 사람의 경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정심과 함께 더 탁월한 절제력과 가창력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평정심은 리더십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덕목이다.

평정심을 잃어서, 즉 감정에 치우쳐서 일을 그르친 경우가 많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주변에서 너무도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폭풍 속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고, 한 비범한 인물이 특정 시기에 특정한 심리적 압박을 이겨 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민족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독일의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볼프 슈나이더가 자신의 책 《만들어진 승리자들》에서 인용한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평정심에 관한 내용이다.

정치인의 성공비결을 말하면서 어떤 고통과 타격, 패배에도 끄덕하지 않는 강심장을 지도자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추가해서 평정심까지 갖춰야 성공하는 리더십이 완성된다고 한 것이다.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세계역사의 관찰》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성공한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현재 자신의 삶을 훨씬 넘어서는 의지를 실천했다고 말한다.

부르크하르트가 실례든 빌렘1세, 리슐리외 추기경, 프리드리히 대왕만이 아니라 현재 모든 기업의 CEO는 물론 정치인들도 이 대열에 포함될 것이다.

그들의 오늘이 있는 것은 남들보다 ‘영혼의 강인함’을 더욱 중요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6명의 최종결선을 앞둔 가수 중 누가 ‘싱어게인’의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누가 더 강인하게 자신의 영혼을 잡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그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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