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라임펀드 판매 우리·신한 제재심
법적 근거 없는 내부통제 미비에 초점
사모펀드 감독 부실 책임회피론 대두

금융감독원 전경.
금융감독원 전경.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이 한창인 가운데 징계 수위를 두고 은행권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징계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리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탓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5일 라임펀드 주요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연다.

금감원은 제재심에 앞서 라임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직무 정지(상당)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이 CEO를 대상으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해임 경고와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총 5단계다. 이중 해임 경고와 문책 경고, 직무 정지는 향후 3~5년간 금융사 임원 선임 자격을 박탈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가 사전 통보보다 하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일 디스커버리펀드와 라임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 제재심에서 피해자 구제 노력이 인정되며 김도진 전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사전 통보했던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감경된 경징계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사모펀드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두 은행은 라임펀드 투자자에 대한 금감원의 100% 배상 권고를 수용하거나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의 50%를 미리 지급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손실 확정 전 추정손실액을 기준으로 한 금감원의 분쟁 조정 절차에도 동의한 상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고객 손실 보상안 마련과 재발 방지를 위한 소비자 보호 체계 개선 등 후속 조치 내용을 제재심에서 상세히 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IBK기업은행 제재심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제재심을 별개로 봐야 한다며 징계 수위 감경에 대한 은행권 예상을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에 대한 경징계는 제재의 결정적 이유가 ‘라임펀드’ 보다 사기성이 옅고 피해 규모가 적은 ‘디스커버리펀드’였기 때문”이라며 “기업은행 제재심 결과에 따라 다른 은행의 제재심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건 억측”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피해액 규모만 강조하고, 법적 근거가 부족한 내부통제 미흡을 언급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구제 노력 여부’를 제재 양정 때 참작할 사유로 추가한 바 있다.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소비자 배상에 나서도록 제도적인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DLF 사태 후 금감원의 중징계에 대해 제기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금감원의 징계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권에선 사모펀드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일자, 금감원이 초점을 흐리기 위해 금융사 CEO 중징계라는 무리한 카드를 고집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 미흡을 문제 삼아 경영진을 중징계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CEO가 관련 책임을 모두 질 수 없고, 법적 근거도 취약하다”며 “사모펀드 부실감독 책임론을 덮는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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