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본금 낮추고 규제장벽 완화에 팔짱
中·日 반송보험·치안보험 등 이색보험 봇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국내에도 간편한 가입과 저렴한 보험료로 생활밀착형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소액단기보험은 보험사의 미끼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금융당국이 소액단기보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며 ‘미니보험’ 시장에 새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보험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고 소액단기보험사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소액단기보험사는 날씨보험, 반려견보험, 여행자보험, 전동퀵보드보험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전문보험사를 뜻한다. 짧은 기간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하는 대신 월 1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게 설계할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액단기보험사의 자본금 설립 요건을 현행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그간 기존 보험사들도 소액단기보험을 취급할 수 있었다. 다만 대면판매 중심인 기존 보험시장에서 미니보험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미끼상품이란 인식이 강했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수수료가 낮아 설계사들이 판매할 유인이 낮았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과 언택트 소비문화 확산에 따라 소액단기보험 활성화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험업계엔 카카오나 네이버 등 플랫폼 영향력을 갖춘 곳에서 속속 미니보험을 선보일 경우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이 소액단기보험 신규 플레이어의 원만한 시장 진입을 위해 제도개선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선진국 사례처럼 미니보험 활성화는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융위는 신규 플레이어가 기존 보험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려면 판매채널 확보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부동산, 약국 등에서 소액단기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고려할 방침이다.

또 일반 보험모집인보다 자격요건이 완화된 소액단기보험모집인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반보험모집인과 소액단기보험모집인에 대해 각기 다른 시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 등 규제특례 제도를 통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IT기술을 접목한 보험상품 개발 촉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기존 보험사보다 완화된 보험계리인 요건을 적용하고, 일정 기간 건전성 규제를 유예하거나 차별화된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고려한다. 독일의 경우 소규모 보험사는 솔벤시Ⅰ을 적용하는 반면 일반 보험사에 대해선 더 강화된 자본 적정성 규제인 솔벤시Ⅱ를 적용한다.

해외의 경우 이미 소액전문보험이 활성화돼있다. 중국의 중안보험이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 반송보험이 대표적이다. 이는 온라인 쇼핑 시 맘에 들지 않는 상품을 반품할 때 반송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보험료는 1.8위안(한화 307원) 수준이다.

중안보험은 알리바바, 텐센트, 핑안보험이 공동으로 설립한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손보사다. 반송보험 외에도 항공기 지연보험,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건강증진형 보험 등을 판매하며 한 해 거두는 보험료 수입이 1조원에 달하는 보험사로 성장했다.

지난 2006년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을 먼저 도입한 일본의 경우 골프·레저보험, 자전거보험, 날씨보험, 변호사보험, 가재도구보상보험 등이 활성화돼있다.

치한보험(치한으로 오해받거나 치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 파와하라보험(직장에서 성희롱 등 학대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상) 같은 이색 상품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대표적인 ‘푸쉬(Push)마케팅’ 시장으로 언택트 소비문화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미니보험은 생활 속 위험을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라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유도로 향후 미니보험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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