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생’ 강조하며 삼양주에 약재 넣어 술 빚는 이상권 대표
대체의학에 관심, ‘석이버섯주’로 석사논문까지 쓴 학구파

대전 유일의 프리미엄 막걸리 술도가 ‘석이원주조’의 이상권 대표가 자신의 발효실에서 항아리에서 익어가는 술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가리키는 항아리에선 조릿대와 국화 등이 들어간 자자헌주가 익어가고 있었다.
대전 유일의 프리미엄 막걸리 술도가 ‘석이원주조’의 이상권 대표가 자신의 발효실에서 항아리에서 익어가는 술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가리키는 항아리에선 조릿대와 국화 등이 들어간 자자헌주가 익어가고 있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은 프리미엄 막걸리와 맑은 청주가 너무 많아서는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약성을 고려한, 말뜻 그대로 약주(藥酒)에 천착한 양조인 이상권(60) 씨. 그가 빚는 모든 술은 건강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우리 술과 인연을 맺기 전부터 하던 사업이 그래서일까. 손대는 일 모두 섭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008년 ‘석이원’을 내기 전 이상권 대표가 삶의 토대로 삼은 업은 ‘사슴농장’이었다.

20년가량 운영하던 목장을 접은 것은 2000년경. 사슴에게 생기는 부제병으로 목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요식업. 계룡산 동학사 인근에 식당을 낸 이 대표에게 운명적인 일이 발생한다.

지인을 통해 처음 수제막걸리를 시음한 것이다. 그전까지 소주 등의 일반적인 술을 즐겼다는 이 대표.

막걸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모두 털어낼 만큼 두어 차례 나눠마신 막걸리는 달지 않았으나 입에는 척 달라붙는 맛이었다고 한다.

이 술자리가 그를 막걸리 교육기관을 찾아 서울을 오가게 했고, 또 좋은 술을 빚는 명인을 찾아 전국을 주유하게 한다.

이렇게 막걸리를 배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가 찾아 나선 것은 건강에 대한 학구열을 채우는 것이었다.

2005년경 전주대학교 대체의학과에 입학한 그는 ‘섭생을 통한 건강’이라는 자신만의 주제를 채워간다.

대학 졸업 후 대체의학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져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 과정에 입학, 2015년 ‘석이버섯을 이용한 발효주’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술과 대체의학, 언뜻 보기엔 이질적이지만, 이 대표는 둘을 하나로 묶어내면서 약주를 빚기 시작한다.

약 4년가량 고생한 끝에 석사논문의 주제로 삼았던 ‘석이버섯주’의 실체가 드러나고 2012년경에는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해 ‘석이원주조’라는 이름의 술도가를 낸다.

석이버섯을 넣어 세 번 술을 빚어내는 방식으로 60일 이상 발효 숙성돼 나오는 술. 이름은 ‘석로주’다.

석이원주조’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와 약주. 왼쪽부터 ‘석로주’ 도자기버전, 가운데가 강황, 버찌, 조릿대로 각각 빚은 ‘벗이랑’, 그 오른쪽이 ‘자자헌’ 약주, 가장 오른쪽이 석이원의 시그니처 ‘석로주’다.
석이원주조’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와 약주. 왼쪽부터 ‘석로주’ 도자기버전, 가운데가 강황, 버찌, 조릿대로 각각 빚은 ‘벗이랑’, 그 오른쪽이 ‘자자헌’ 약주, 가장 오른쪽이 석이원의 시그니처 ‘석로주’다.

이후 뜻밖에도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가 그에게 활로를 열어준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지인의 도움으로 미식 칼럼을 쓰는 이택희 기자를 만나게 되고 전통주 전문점인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등과 함께 석로주 시음회를 서울에서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인연이 돼 우리 술 전문주점에 술이 들어가게 되고, 서서히 인지도를 형성하면서 ‘석이원주조’는 가양주 방식으로 빚는 대전 유일의 프리미엄 막걸리 및 약주를 만드는 곳으로 자리하게 된다.

석로주에 이어 빚은 술은 ‘자자헌주’다. 국화와 조릿대, 소나무 등 선비의 상징물을 부재료로 사용하면서 ‘충절’이라는 대전의 이미지를 맑게 담아낸 술이다.

‘자자헌주’라는 술 이름의 탄생 배경도 술의 맛과 빛깔만큼 맑기만 하다.

석로주의 서울 입성을 도와준 이택희 기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일종의 ‘헌주’ 형태로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자자헌’은 부여에 있는 이택희 기자의 택호다.

최근 이상권 대표는 올 1월에 발표한 ‘벗이랑’이라는 3색의 고운 빛깔을 가진 ‘조릿대, 버찌, 강황’막걸리 3형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전의 상징을 각각의 술에 담아내면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술로 써 내려가는 중이다.

노란색의 강황은 과학특구로서의 대전의 이미지를, 붉은색의 버찌와 홍국(붉은 누룩)은 대전 시민의 열정을, 그리고 푸른 빛의 조릿대는 충절의 고장 대전의 이미지를 각각 상징한다고 한다.

한편 석이원주조의 술은 모두 세 번 술을 빚는 삼양주 방식을 취한다.

그것도 손이 많이 가는 범벅술을 밑술로 만들고, 물을 대신해서 부재료들을 차로 우려내 사용한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술이 삼양주인 탓이다. 몸은 힘들어도 좋은 술을 내겠다는 생각에 술 만드는 공정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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