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주유소에 연계형 비즈니스 플랫폼 적용하듯
은행지점도 상상력 불어 넣어 활용 폭 늘릴 수 있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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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국에 편의점은 약 4만7056개다.

인구 1200명 정도에 한 개 정도의 편의점이 있다고 하니, 편의점 왕국 일본보다 인구 대비 편의점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은듯하다.

그런데 숫자로 보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봐도 되는 편의점의 숫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말을 기준으로 볼 때 9개월 만에 4000개 정도가 늘어났다. 이젠 과다할 정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과포화시장이다.

그래서일까.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더는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지 않다.

성장 절벽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주유소가 그렇듯이 말이다.

현재 영업 중인 주유소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약 1만1367개소. 2014년 7월 1만2345개소였으니, 해마다 160개 정도의 주유소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편의점업계는 물론 정유업계는 오프라인 채널 활용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우선해 수소 및 전기 충전소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유휴 주유소의 쓰임새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다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오더 생태계와 결합한 픽업 및 물류배달 기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택배 및 주문배달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주유소의 사무공간 등을 스마트오더 앱으로 주문된 상품의 택배 물류 흐름에 태워 물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모바일앱을 활용한 스마트오더 및 픽업 서비스다. 대표적인 상품이 술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점 및 식당 등에서의 음주가 자유롭지 못한 것을 고려해 홈술족이 더 다양한 주류를 접할 수 있도록 스마트오더를 통한 주류배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세무 플랫폼과 오토바이 스타트업 등과 결합한 편의점 주문 물건 배달 서비스까지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최대한 반영한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 점포로 시선을 돌려보자. 은행들의 점포수는 지난해 6406개. 5년 전보다 875개 줄어든 숫자다.

온라인 앱을 활용하면서 현금 수요가 급감한데다 점포를 직접 방문해야 할 업무가 파격적으로 줄면서 오프라인 채널로서의 은행지점이 갖는 의미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은행들은 더 많은 점포를 줄이려 하지만, 은행이 가진 공공성에 가로막혀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지난주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개정해 오는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기반으로 금융거래 환경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영업망 감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이 심화될 우려가 있고 전반적인 금융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도시권일 경우 점포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제도 개선에 관한 은행연합회의 입장이다.

공공성이라는 입장에서 디지털 취약 계층 및 중소도시권의 점포는 대도시권의 점포와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은행 점포의 쓰임새에 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은행들이 굳이 점포를 없앨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어제의 기준을 오늘에 적용할 수 없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광속인 시대다.

감독 당국은 은행에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제도도 만들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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