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종합감사 ‘불합리한 채용규정’ 지적
공개모집 전형 예외 조항만 5개, 공정성↓
“실제 극히 드물어…銀 모범규준 준용 중”

전국은행연합회 인사규정 일부 내용.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앞으로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마음대로 비공개채용을 할 수 있는 인사규정 조항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감사 결과 공개모집 전형 외에 채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긴 채용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은행연은 금융위의 지적사항을 반영, 공개모집 전형에 의하지 않은 채용 사유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현행 규정상 은행연은 공개모집 전형을 원칙으로 하되, 총 다섯 가지 예외 조항을 뒀다.

먼저 해당 직무에 관한 자격증 또는 면허를 취득한 자와 일정한 기술·기능 또는 경력을 가진 자를 채용할 경우 공개모집을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 또 △법령에 따라 고용할 의무가 있는 자 △책임자급 △은행연 퇴직자를 퇴직한 날로부터 3년 이내 재채용 △기타 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융위 측은 “자격증 소지자나 경력직‧책임자급 채용 시 지원 자격 등을 두는 제한 경쟁채용 등으로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는 데, 은행연은 재량의 여지가 있는 조항을 존치해 오히려 채용과정에서 공정성이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사유를 밝혔다.

앞서 은행연은 은행권에서 각종 부정청탁 등 채용비리가 적발됨에 따라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8년 6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은행들은 신입정규직원을 공개모집하는 채용절차 전반에 이 규준을 적용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제정한 은행연은 예외적인 조항을 둬 회장이 인정할 경우 ‘묻지마 채용’ 등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개채용 전형 외에는 별도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은행의 자율규제기관인 은행연이 이 같은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불합리하다. 내부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건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은행연 측은 “은행연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채용 시 이를 준용하고 있다”며 “공개모집 전형 외에 채용이 이뤄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회장 마음대로 인사가 난 적도 없었다. 현재 인사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금융위는 채용분야와 관련해 은행연이 채용 세부전형별 평가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금융위는 “은행연은 지난 2019년 채용 시 심사표에 총점으로만 채점했다. 심사위원들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0~100점 사이에서 점수를 부여하다 보니 점수 편차가 너무 크게 발생해 공정성과 변별력이 매우 약하다”며 “채용전형 단계별 심사기준과 점수 비중을 정해 채용업무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은행연의 주무관청인 금융위는 은행연의 역량을 제고하고자 3~4년 주기로 정기 종합감사를 하고 있다. 이번 은행연 종합감사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업무 전반에 대해 열흘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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