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경쟁자에 가계대출 악화일로
기업대출의 꽃 ‘RM’ 역량 강화에 집중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독보적인 영업 체제를 가진 기업금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986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원 늘었다.

1월 증가액 기준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2014년 1월(10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목을 매는 건 가계부채 규제 여파가 크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상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억제하는 정책은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대출을 늘리면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수익 악화를 상쇄할 수 있고 정부의 혁신중소기업 육성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이미지를 보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네이버파이낸셜 등 신규경쟁자들이 낮은 금리와 비대면의 편의성을 무기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도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기업대출은 신규경쟁자로 대체될 수 없는 시중은행 고유 사업으로 평가된다. 비대면 방식으로 가능한 소매금융과 달리 기업영업은 재무제표 등 정량평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여전히 발로 뛰는 영업이 필수적이다.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릴레이션십매니저(RM) 체계부터 정비하고 있다. RM은 현장에서 직접 기업을 찾아가 대출 등을 유치하는 기업금융전담역이다.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RM 제도에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신한은행이 모든 업무를 AI 관점에서 재설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시킨 AI통합센터(AICC)에선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AI-디지털전환(DT) RM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AI-DT 확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업 등 외부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소화한다.

우리은행은 RM의 적극적인 아웃바운드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태블릿브랜치 고도화 작업을 추진했다. ‘태블릿PC’와 지점이라는 뜻의 ‘브랜치’를 합친 태블릿브랜치는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영업점 밖에서도 원스톱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를 통해 RM들은 외부에서도 기업고객에 대한 여·수신 상담 및 신규가입, 가맹점 결제계좌 신청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NH농협은행의 경우 RM 영업망 확보를 위해 지자체와 손을 잡았다. 세종특별자치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내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금융지원을 맡았다.

농협은행은 세종시에 기업금융RM센터를 설치, 운용하며 지원 대상기업에 대한 종합적 기업금융 지원을 진행한다. 특히 기업자금 대출 시 최대 1.2% 금리우대 및 대상기업 임직원 생활안정자금 대출 지원 등에도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서류만 보고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100% 비대면 시스템화가 불가능하다”며 “신규경쟁자에게 많은 소매금융을 빼앗긴 시중은행들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기업금융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금융의 핵심인 RM은 무조건 인원이 많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라며 “기업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하고, 수월한 영업 환경을 위한 지원 체계 구축에 힘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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