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아시아지역 소매금융 사업정리 검토중”
낮은 수익성, 비은행 활성화 분위기에 매물 가치↓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미국 씨티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설이 불거진 가운데 수익성 저하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니퍼 로니 씨티그룹 대변인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언급했듯 사업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기존 전략을 냉정하고 철저하게 살피고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지난 1967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지금의 한국씨티은행이 됐다.

업계는 씨티그룹 차원에서 한국 시장 철수 결정이 내려지면 한국씨티은행을 국내 금융사에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씨티은행 임직원 수는 3503명, 지점 수는 43개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 중 가장 단출한 규모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인수전 흥행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한국씨티은행은 일찌감치 소매금융 부분을 축소하고,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투자하고 역량을 강화해 왔으나 코로나19로 금융 불안정성이 가속화됨에 따라 수익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직 순이익은 16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8% 급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씨티은행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 저금리 기조 장기화 속 예대마진 수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 매물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지주들은 이자 이익 비중을 줄이고 보험사,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 중심의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M&A에 주력하는 추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강도 높은 규제로 대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지주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은행 M&A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선 종합금융서비스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는 네이버가 한국씨티은행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단순히 은행업 라이센스 확보를 목적으로 하기엔 한국씨티은행 규모가 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 1월 중순 자사가 제주은행 인수를 검토한다는 언론보도에 “제주은행과 인수 협의를 전혀 진행한 적이 없다”며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도 은행 등 금융회사 인수를 통한 직접 진출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못 박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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