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타깃 고객 달라
리스크 전이 가능성 우려도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카드사들만 누리던 후불결제 시장에 빅테크사가 진출한다. 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빅테크란 대형 정보기술 기업을 뜻하는 말로 국내 금융산업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 기업을 의미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많은 이용자 수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와 보험 판매 시장까지 진출했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네이버페이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서비스는 오는 4월부터 시작되며 카카오페이도 올해 중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지 않고 후불결제 사업을 영위하게 되며, 개인별로 월 한도 30만원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소액 후불결제 시장 진입으로 카드사들이 먹거리를 뺏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카드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카드사와 빅테크간 타깃 고객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네이버페이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물품 구매 시 선불전자지급수단(네이버 포인트)과 대금결제액간의 부족분을 나중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결제 부족분에 대해서만 보완적으로 후불결제를 허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체크카드에 3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 기능을 부여한 하이브리드 카드와 유사하다. 하이브리드 카드와 마찬가지로 후불결제 서비스의 주 이용자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나 주부, 학생 등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용카드 이용자의 월 평균 사용금액은 60~80만원대다.

오히려 카드사들은 후불결제 서비스 확대로 인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저신용자 중심의 이용이 예상되는 만큼 연체율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네이버페이 한 곳의 30만원은 적은 금액이지만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가 여러 빅테크사로 확대되면, 연체 시 다른 금융권의 빚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카드도 연체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 기준 5개 카드사(삼성·롯데·우리·하나·농협)의 연체율은 3.53%로 신용카드 연체율(0.94%)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에 겹치는 부분이 있어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도가 높아지고 단독결제가 허용되면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빅테크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지난 2001년 허용된 통신사의 휴대폰 소액 결제 서비스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통신 3사에게 소액 결제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신용카드와의 경쟁이 예상됐으나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00년 224조9000억원에서 2002년 669조8000억원으로 세배 가까이 성장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이용금액도 △2001년 842억원 △2002년 2894억원 △2003년 4959억원 등 한도가 확대됨에 따라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