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배당 29.5%, 타은행보다 약 10%↑
주주들 원성에 골머리…달래기 방안 고심 중

기업은행 외부 전경. (사진= 기업은행)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금융당국의 배당 권고 수준인 20%를 그대로 따랐던 시중은행들이 이를 비껴간 국책은행의 고배당 잔치에 주주들 원성을 받게 됐다.

이에 은행들은 배당 축소 권고 가이드라인이 종료되는 올 하반기에 분기배당 단행 등 주주 달래기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3일 보통주‧우선주 1주당 471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별도 기준 29.5%, 연결 기준 24.1%에 달한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016년 30.8% △2017년 30.9% △2018년 30.1% △2019년 32.5%로 최근 4년 연속 30%를 유지해왔다. 이번 배당성향은 30% 밑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일반 시중은행들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통상 5~6%포인트 내린 20%를 적용한 것과 대조된다.

이번 배당금 결정으로, 총 배당 규모 3729억원 중 2207억원가량이 기획재정부의 배당수입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기재부는 기업은행 지분 5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히 기업은행의 실적 악화에도 정부 몫 배당금은 오히려 늘었다. 2019년의 경우 일반주주 670원, 정부 472원 차등배당을 시행해 기재부가 가져간 배당금은 1662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차등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고배당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기업은행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기재부의 판단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여서다. 기재부 배당협의체에서 배당안을 결정하면 이를 기업은행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의 고배당은 금융당국의 묵인 아래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 및 금융지주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금융기관은 제외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정부가 손실을 보전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사상 최대 이익 실현에도 배당성향을 낮춰야 하는 은행들은 이미지 실추 등 주가 하락과 주주들의 외면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책은행의 고배당으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은행들은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한인 6월 말 이후 추가 분기배당 등이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배당자제 가이드라인 탓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주주들에게 피력해왔으나, 국책은행의 독단적인 행보로 주주들의 원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당국의 지나친 개입과 불합리한 처사로 인한 뒷감당은 모두 금융기관의 몫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에 분기배당 등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 하나금융과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각각 20%다. 금융감독원의 ‘L자형(장기경제불황가정)’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신한금융은 이례적으로 배당성향을 22.7%로 정했다. 우리·농협도 조만간 이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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