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형, 투자자가 국내 주식 직접 운용 가능
증권사에서만 가입 가능, 新시장 경쟁 가속화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국내 주식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서 세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중개형 ISA가 생겨나면서, 은행권에 쏠려있던 ISA 예탁 자금이 증권업계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세 곳이 투자중개형 ISA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서비스를 개시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영업일 만에 2만5168개의 신규 ISA 계좌가 개설되는 성과를 거뒀다.

일명 ‘서민형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ISA는 한 계좌 내에서 예금·적금·펀드·리츠·파생결합증권(ELS·DLS)·국내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기존 △신탁형 ISA △일임형 ISA에, 올해 추가된 △중개형 ISA까지 세 종류다.

■ 은행 텃밭 ISA 시장, 중개형 등장에 판도 바뀌나

기존 ISA 시장은 은행이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업점 수나, 방문 고객이 타 금융권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에서 ISA 계좌 개설이 주로 이뤄져 온 탓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전자 공시 상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을 통한 신탁형·일임형 ISA의 가입자수는 178만3066명, 투자금액은 5조5963억원인데 반해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 가입자수는 15만5562명, 투자금액 8063억원에 그쳤다.

ISA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은행 14곳, 증권사 16곳, 보험사 2곳으로 증권업계가 가장 많았음에도, 은행을 통한 가입자 수가 증권사를 통한 가입자 수보다 11.5배 많고, 투자금액도 7배 높았다. 

하지만 올해 중개형 ISA 상품의 신규 도입으로 업계 판도에 변화가 기대된다.

중개형 ISA는 위탁매매업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를 통해서만 개설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존, 신탁형·일임형 ISA와 달리 가입자 본인이 국내 주식을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국내 주식을 투자했다가 발생한 손실은 ISA 내 다른 투자수익과 통산할 수도 있어 세금부담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란 점도 투자자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일임형 수익률도 증권업계 우세

수익률 측면에서도 투자자가 증권사로 계좌를 옮길 유인은 충분하다. 기존 판매된 신탁형·일임형 ISA에서 은행 대비 증권사의 수익률이 높은 것. 

금투협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일임형 ISA의 업권 별 연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누적수익률은 증권사 28.8%, 은행 21.3%로 증권이 7.5%포인트 높았다. 이 같은 수익률 격차는 △6개월(은행 8.3%, 증권 10.0%) △1년(은행 9.3%, 증권 11.96%) △2년(은행 17.1%, 증권 21.5%) △3년(은행 10.8%, 증권 13.47%) 등으로 으로 기간을 달리해도 증권이 우세했다.

누적 평균 수익률 상위 10개사 중 9개사가 모두 증권사로, 은행은 지방은행 한 곳만 순위에 올랐다. 세부적으로 메리츠증권의 일임형 ISA의 평균 수익률은 35.66%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신증권(32.90%), 키움증권(32.73%), 광주은행(32.40%), 신한금융투자(32.04%), 삼성증권(31.41%), NH투자증권(31.07%), 미래에셋대우(30.58%), DB금융투자(30.19%), 현대차증권(29.61%) 순이었다. 

위험 유형별(△초고위험형 △고위험형 △중위험형 △저위험형 △초저위험형) 누적수익률 상위사도 모두 증권사가 차지했다. 

■ 이달 본격적 ‘머니무브’ 기대

ISA 시장 내 은행에서의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는 오는 22일을 기점으로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날 예탁결제원에서 타업권간 ISA 계좌를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시할 예정이어서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SA 상품의 이용 편의도 커지고, 절세 혜택도 커지면서 ISA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ISA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효과로 지난 1월 말 기준 신탁형·일임형 ISA 가입자수는 지난해 말 대비 3만9000여명 증가한 197만9035명, 누적 가입금액은 4260억원 증가한 6조829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ISA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업계로의 자금 유입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증권사에서만 개설할 수 있는 중개형 ISA는 국내 주식을 투자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투자자들의 니즈와 맞아 떨어진다”며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은행업계에서 증권업계로의 자금 이탈이 지속하는 가운데 ISA 시장에서도 이 같은 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내에서도 ISA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개형 ISA를 출시한 증권사들은 이벤트를 통한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중개형ISA 계좌 개설시 현금 리워드에 국내 주식의 온라인 위탁 거래수수료 평생 혜택을 제공하고, NH투자증권은 유관기관제 수수료를 포함한 온라인 주식 거래수수료를 1년간 전액 무료 서비스하고 연 14% 특판RP(91일물) 가입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이슨청소기 등 경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편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다음 달까지 중개형 ISA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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