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 인기에 신용대출 수요 폭증
‘월 2조’ 총량 조절 위해 판매 중단 고심
“생활비, 전세금 마련 수요에 피해 우려”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대출을 한도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감행하는 고객들의 모습에 은행권에선 대출 판매중단 대란이 또다시 벌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6조2009억원이다. 지난 2월말 잔액은 135조1683억원으로 4영업일 만에 1조236억원의 신용대출이 판매됐다.

신용대출 폭증 불씨를 지핀 건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의 공모주 청약 이슈다.

지난 9일과 10일 진행된 SK바사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60조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가 세운 청약 증거금 기록인 58조원대를 넘은 역대 최대 규모다.

SK바사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빚을 져서라도 자금을 당기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로 쏠렸다. 이에 은행들은 불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자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증가 억제책 부담이 더 큰 탓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자 지난해 10월부터 은행들의 월간 신용대출을 2조원대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대출 총량 권고에 맞춰 고연봉자의 우대 금리와 대출 한도를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장벽을 높이는 등 판매 속도를 조절하느라 여념이 없다. 대출수요가 급증했던 지난 연말연초에는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 수요가 급증하면 증가폭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입장에선 대출 문턱을 더 높이거나 일정 기간 판매를 중단하는 결단을 다시 내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집값 폭증으로 신규 대출이 절실한 생활비, 전세금 마련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당국도 은행권도 고민이 깊다”며 “대출 절벽이 재연될 경우 서민들이 제2금융, 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기 공모주 청약 이벤트가 앞으로도 연달아 예정돼있다는 점은 은행들의 신용대출 관리 부담을 키운다. 올해 IPO를 계획중인 대어급 기업으로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지 등 일명 ‘카카오 3인방’과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공모에 실패한 대출금은 청약 종료 후에도 대부분 은행에 다시 유입되지 않는다. 증거금 마련을 위해 최대한도로 끌어모은 대출을 바로 상환하기보단 증시 투자 대기 자금으로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빚투가 또 다른 빚투로 연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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