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 능력지표 LCR, 규제기준 미달 지속
은행채 늘리고 부동산 팔고…자산확보 총력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국내 주요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자본규제 기준치 미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LCR은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30일 동안 처분 제한 없이 현금화가 가능한 고(高)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나타낸 수치로, 은행의 독자생존 능력치를 나타낸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LCR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졌으나, 은행들은 높은 경기 회복 불확실성에 유동성 패닉 상황을 우려하며 자금 끌어모으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LCR 평균은 94.66%를 기록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 작게는 2.49%포인트, 많게는 8.08% 줄어들면서 농협은행(100.21%)을 제외한 국민은행(91.5%), 신한은행(92.6%), 우리은행(93.5%), 하나은행(95.6%)의 LCR은 모두 금융당국이 규정하는 최소 의무보유비율(100%) 밑으로 떨어졌다.

외화 LCR의 경우 규제 기준치(80%) 이상을 충족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개 은행 외화 LCR 평균은 106.65%로 전년도 4분기(117.77%)보다 11.12%포인트 감소했다.

은행의 LCR이 줄어든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예·적금 이탈이 늘고 대출수요가 급증한 데다 정부 주문으로 대규모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까지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를 감안해 지난 8일 정례회의에서 LCR 규제 기준치를 현행 100%에서 85%로, 외화 LCR은 80%에서 70%로 오는 9월말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LCR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기간을 확보하게 된 은행들은 발등의 불은 피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서 은행의 자금줄이 말라버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부터 대폭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이 5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8조18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3400억원) 보다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자금관리서비스(CMS) 기반을 키울 수 있는 우량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보유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자 유휴부동산 대규모 처분까지 단행하고 있다.

외화 곳간 채우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 급등 등 영향으로 빠져나간 달러를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은행마다 외화 예금 이벤트를 전면에 내걸었다. 최대 9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각종 외화적금을 앞다퉈 출시하고 가입 후 자동이체를 등록한 고객에겐 포인트도 제공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 예상보다 안정된 경제와 금융 상황을 유지한 것은 무엇보다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의 힘이 컸다고 본다”며 “경제 불황과 기업 자금난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인 자금 조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LCR에 영향을 미치는 고유동성자산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