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삼성화재 평협, 이제 정식노조로
직원 5800명 중 과반 이상 설립 동의
상근 없고 상위노조 없는 독립성 강조

1월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서 열린 21기·22기 평사원협의회 이·취임식에서 홍광흠 회장(가운데)와 운영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월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서 열린 21기·22기 평사원협의회 이·취임식에서 홍광흠 회장(가운데)과 운영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33년 역사의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가 정식 노동조합으로 출범한다. 1980~1990년대 밀레니얼 세대부터 1990~2000년대 Z세대를 총칭하는 ‘MZ세대’ 중심의 젊은 노조다. 

상위 노조는 없다. 노조위원장도 상근직을 벗어 던졌다. 사측에 복리후생 및 노조의 활동을 보장받는 단체협약보다 임금협약을 우선한다. 전 직원의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고 33년만에 탄생한 삼성화재 내 첫 복수노조 사례다.

노조 설립은 11년차 직원 36살, 홍광흠 씨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평협의 첫 직선제 회장으로 선출됐다. 운영진 역시 30대 초중반으로 구성됐다. 노조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홍 회장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한 달간 외부 홈페이지를 통해 설립 찬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삼성화재 전 직원 5800명 중 3076명의 동의로 노조전환이 본격화됐다. 

지난 22일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동조합(이하 평협노조)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평협은 정회원 기준 약 37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평협노조는 이번 찬반 조사를 통해 과반노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노조참여 신청서를 받는 중이다. 기존 평협은 노조설립에 따라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그간 평협의 노조설립 시도에 대해 ‘어용노조’, ‘친사노조’라는 잡음이 있어왔다. 평협은 삼성그룹의 무노조 원칙에 따라 지난 1987년 노조설립이라는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대신 임금·단체협상 권리를 인정받아 출범한 조직이다. 

홍 회장은 “회사로부터 사무실, 상근직 등을 제공받아 운영 중이었지만 노조 출범 이후부터 이 모든 인프라를 거부할 것”이라며 “평협 노조가 어용노조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겠다는 의지다. 추후 단체협약을 통해 적법하고 정당하게 되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협노조는 현재 사용하는 사무실 폐쇄 및 상근직 3명의 현장발령을 요청한 상태다. 당장의 노조활동은 개인연차나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상위노조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투쟁적이고, 정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삼성화재 문제는 삼성화재 내부에서 해결하자는 뜻이 모인 결과다. 

홍 회장은 평협 노조의 첫 과제로 임금협상을 우선하고 있다. 직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고 만들어진 노조라는 당위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평협은 일종의 ‘유니언숍(입사 후 노동조합에 의무 가입하는 형태)’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보니 규모의 성장만큼 협상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홍 회장은 “상위 노조 등에 소속될 생각은 없다. 직원들의 정서도 상위 노조를 바라지 않는다. 외부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노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까지 법적지위 없이 해왔던 임금협상이 벽에 부딪혀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노조설립은 판을 바꿔보자는 것”이라며 “노조의 권한을 인정받는 단체협상보다 임금협상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다. 최소 노조설립에 동의했던 과반수 이상 직원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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