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국내 저축은행 산업은 지난 2014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자산, 여·수신, 수익성 모든 측면에서 개선됐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9월 기준 저축은행업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61%로 2010년(8.67%)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저축은행의 지표만 개선됐을 뿐 수도권의 대형 저축은행과 지방의 중소저축은행 간 격차는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저축은행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 경기침체와 현행 제도 등 구조적 차원의 문제가 거론되며 해소 방안으로는 공적 보증과 자금 조달 부담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꼽힌다.   

지방 중소 저축은행 건전성 우려

저축은행업계가 지난해 여·수신, 순익 부문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둔 가운데 대부분의 실적이 수도권의 대형 저축은행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저축은행은 경쟁력 약화로 인한 실적 악화에 이어 건전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자산 CR3(산업 집중도)는 27.0%로 지난 2018년 22.7%, 2019년 25.1%에 이어 상승세다.

CR3는 시장 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뜻한다. 지난 2012년 이후 10년 연속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다.

여·수신 규모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저축은행 간 격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체 저축은행 여신 77조4754억원 중 수도권 여신 규모는 83.9%(65조738억원)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수신규모(44조8817억원)도 전체 79조1764억원 가운데 수도권이 과반수(56.6%)를 기록했다.

지역별 평균 순이익 차이도 극명하다. 서울 소재 저축은행의 평균 순익은 대구·경북·강원과 20배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기준 지역별 저축은행 평균 순이익은 △서울 282억원 △경기·인천 120억원 △부산·울산·경남 54억원 △대전·충청 42억원 △광주·전라 37억원 △대구·경북·강원 14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지방 중소 저축은행의 자본 건전성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경제 악화로 지방 기업의 성장이 위축됐고 코로나19로 차주의 상환 능력도 저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지역별 저축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평균은 각각 △서울 3.1%, 4.4% △경기·인천 4.2%, 4.6% △대전·충청 6.6%, 7.0% △대구·경북·강원 5.9%, 5.9% △광주·전라 6.3%, 6.9% △부산·울산·경남 4.5%, 4.7%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큰 격차”라며 “지역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성장 동력이 떨어진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대출역량 집중'...구조적 불황

지방 저축은행은 지역 고객과 기업을 대상으로 여·수신을 관리해 얻는 이익을 주 수익원으로 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실정이다.

업계는 지방 경기침체 원인으로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감소를 꼽는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지식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조선, 자동차, 기계·설비 등 중공업은 지방에 위치한다. 전통 지반거점 산업이 쇠퇴하자 지역기업도 약화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비수도권의 인구감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비수도권 인구 증가율은 -0.51%로 수도권 0.43%에 비해 0.94%포인트 낮았다. 지난 2011년 수도권 0.53%, 비수도권 0.43%였던 것과 비교해도 지방 인구 감소세가 가파르다.

최근 수도권과 비수도권 저축은행 사이의 양극화가 가속화된 건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비이지마진 비중이 낮아 금리 하락에 더 민감한 산업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진 저축은행은 더 많은 대출을 취급하고자 수신액 확보 경쟁을 벌였다.

대형 저축은행은 높은 수신금리로 수신액을 불렸으나 높은 이자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경쟁력을 상실, 불황에 직면했다.

현행 제도도 지역 저축은행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 인수 저축은행에 피인수 저축은행의 영업구역까지 복수 운영 자격을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현자 79개 저축은행 중 복수의 영업구역을 보유한 저축은행은 16개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모두 수도권 중 일부를 영업구역으로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복수 영업구역 저축은행이 수도권 영업에 집중해도 의무대출 비율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무대출 비율은 수도권 50%, 비수도권40%로 해당 비율 이상의 여신을 영업구역 내에서 취급해야 한다.

비수도권에서 단일 영업 구역을 보유한 중소 저축은행이 복수 영업구역을 보유한 대형 저축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증·자금조달로 지역결제 활성화 꾀해야

 

금융당국은 이 같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서울지역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을 허용할 계획이다. 영업구역은 최대 2개까지 확대되며 영업구역 내에서 총 여신의 40%를 취급해야 한다.

이는 지역 금융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 중개기능을 효율화하겠다는 취지다. 인수합병을 통해 지방 저축은행 규모가 확대되면 금리 경쟁에서 여력이 생기는 만큼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인수합병 규제완화 발표 이후 지방 저축은행 사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영업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업계에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적보증 연계와 자금조달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이 해당 지역기업에 대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보증체계가 필요하다.

업계는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기존 중소상공인 대상 보증에 더해 은행이 취급할 수 없는 중소·서민금융기관 전용 보증 상품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 이용이 어려운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 상품을 신설해 저축은행 중심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육성한다면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란 견해다.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과 서민금융기관을 통한 보증 대출 공급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책보증 상품은 시중은행이 총 보증공급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제도의 도입 취지와 달리 고신용 중소상공인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비수도권 소재 중소형 저축은행을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하면 지역금융을 강화할 수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저금리 자금조달로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금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지방 중소기업 등을 위해 지난 1994년 도입돼 현재 0.25% 금리로 시중은행에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이 지역 내 소상공인과 서민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보증 상품을 확대하고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지역경기 활성화와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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