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20:30 (수)
[응답하라 우리술193] 익숙한 맛 다른 느낌의 술, 당진 ‘성광주조’
[응답하라 우리술193] 익숙한 맛 다른 느낌의 술, 당진 ‘성광주조’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3.2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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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만들자마자 ‘우리술품평회’ 대상받은 막걸리
2대째 성지현 대표, 긴 호흡으로 자신 술 이어달리기
당진 성광주조의 2대째 성지현 대표가 양조장의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성광주조는 2009년에 설립된 약관의 양조장이지만, 이듬해 우리술품평회에서 막걸리부문 대상을 받을 정도로 술맛을 인정받고 있는 양조장이다.
당진 성광주조의 2대째 성지현 대표가 양조장의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성광주조는 2009년에 설립된 약관의 양조장이지만, 이듬해 우리술품평회에서 막걸리부문 대상을 받을 정도로 술맛을 인정받고 있는 양조장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농촌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도회지를 경험한 사람도 귀촌하면 아무렇게나 흩어진 바위 사이를 흐르는 개울물처럼 느릿한 일상이 된다. 

계획을 세워도 급하지 않다. 농사 자체가 연간 단위로 진행되는 까닭도 있겠지만 도시가 주는 조급함을 덜어 놓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긴 호흡에서 하루 해를 맞는다.

당진 순성면에 위치한 성광주조에서 만난 2대째 성지현(46) 대표를 만나 인터뷰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마흔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을 듯한 동안의 얼굴 뒤에 조급함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막걸리,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고 있는 약주와 소주. 이 모두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막걸리 이외에는 특별히 유통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네이버 쇼핑몰을 통해 주문이 들어와도 억지춘향으로 판매할 뿐이다.

상업양조를 하는 양조장 대표의 마인드라고 하기엔 너무도 국외자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면 그의 속마음을 이내 알게 된다. 아버지의 막걸리는 전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장수’에서 비롯된다.

서울의 7개 막걸리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장수를 처음 설계하고 브랜딩한 사람, 고 성기욱 대표가 성광주조의 초대 사장이다.

1974년 장수막걸리에 입사해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78년에 막걸리의 대량유통을 가능하게 한 페트병을 개발하고, 이어 ‘숨 쉬는 병마개’와 ‘나선형 홈’ 등을 특허 내 유통과정에서의 난제를 없앤 장본인이다.

성광주조 성지현 대표가 만들고 있는 술과 입국. 사진 오른쪽부터 미담막걸리, 중앙에 맑은 술은 약주인 ‘연정’, 가장 왼쪽이 증류소주인 ‘순옥’ 그리고 그 앞에 자체 제국기로 만들고 있는 입국이다.
성광주조 성지현 대표가 만들고 있는 술과 입국. 사진 오른쪽부터 미담막걸리, 중앙에 맑은 술은 약주인 ‘연정’, 가장 왼쪽이 증류소주인 ‘순옥’ 그리고 그 앞에 자체 제국기로 만들고 있는 입국이다.

또한 탄산감과 감미를 중심으로 설계된 장수막걸리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2009년 장수막걸리를 퇴사한 이후 아무 연고도 없는 당진 땅에 내려와 시골양조장을 차리고 막걸리를 빚기 시작한 성기욱 대표.

그리고 서울의 식품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아버지를 쫓아 이듬해 아버지와 함께 막걸리를 빚다가 2014년부터 2대째 사장이 되어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성지현 현 대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난 사업가가 아니라 술 빚는 엔지니어”라는 아버지의 삶의 모토 한마디로 모이는 듯하다.

더 많은 술을 팔려고 술을 만드는 것이 양조장 주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광주조 성 대표는 자신이 빚는 술의 완성도가 마음에 들 때까지 본격 시판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계절에 따라 빚어지는 약주의 맛도 다르고 숙성에 들어가 탱크에 가득 담겨 있는 소주의 맛도 아직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팔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막걸리는 40년 노하우를 담아낸 아버지가 만들었고 자신은 그 막걸리의 유통기한을 한 달로 늘려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만든 약주와 소주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성 대표.

그럼 언제쯤 약주와 소주를 시판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즉답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대답한다. “시간에 쫓기듯 술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으므로 더 충분히 검증할 생각”이란다.

약주는 만든 시점마다 다르게 나오는 술맛을 최대한 잡아내면 출시할 것이고 소주는 증류기를 교체한 뒤 기술을 더 습득하고 난 뒤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3년은 숙성시키고 싶고 만약 오크통 과정까지 거친다면 5년쯤은 시간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양조의 성과물을 자신이 얻지 못한다 해도 다음 대에서는 좋은 술을 만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성광주조 성지현 대표의 말에 이 양조장의 미래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시간의 흐름을 조급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즐기는 듯한 그의 얼굴에 성광주조의 미담막걸리의 맛이 듬뿍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막걸리는 2010년 농림부 주최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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