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발급 방지보다 사후관리에 더 집중
고객 만족도 높이고 범죄 예방 강화 '두 토끼'

카카오뱅크 모바일뱅킹서비스 이용약관 중 내용 발췌
카카오뱅크 모바일뱅킹서비스 이용약관 중 내용 발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A씨는 최근 비상금 관리를 위해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했다. 향후 몫돈 출금을 위해 한도계좌 해제를 신청한 A씨는 간단한 과정에 깜짝 놀랐다. 비상금 관리는 금융거래목적 증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이었다면 실 거래내역을 쌓느라 몇 개월은 걸릴 일이었다. A씨는 카카오뱅크의 간편하고 신속한 한도계좌 해제 방식에 만족하면서도, 왜 다른 은행과는 다른지 궁금해졌다.

은행들은 소비자가 계좌개설 요청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 전까진 1일 출금 한도가 제한(은행별 30~200만원으로 상이)되는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대포통장 개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2년 말 도입된 이 제도는 금융감독원 행정지도 성격으로 운영되다 금융사 내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자율 운영에 맡겨졌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한도계좌 해제를 위한 조건으로 재직증명서, 공과금·관리비·세금 납부 고지서, 연금증서 등 금융거래목적 증빙 서류 제출과 신청 목적과 같은 실거래 내역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간 쌓도록 요구한다.

다만 한도계좌 목적이 대포통장 등 범죄 방지가 핵심인 만큼 조건 충족이 한도 해제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최종적인 정상계좌 전환 여부는 직원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실거래 내역이 없어도 한도계좌에 적금 자동이체 및 당행 계열사 신용카드 대금결제가 걸려있으면 직원은 해당 계좌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한도 제한을 바로 풀어주는 식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한도 제한을 빨리 풀고자 필요하지 않은 적금이나 신용카드 등에 가입하는 일까지 왕왕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한도계좌 해제에 있어 금융거래목적 증빙 서류 제출 외 별도 조건을 두지 않고 있다. 앱 내 신청 버튼을 눌러 계좌개설 목적에 맞는 서류를 촬영해 등록한 후, 자산 보호 및 피해 예방을 위한 간단한 질문을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제출한 서류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한 후 이상 없을 시 정상계좌로 바로 전환해주며, 한도 제한이 해제되는 데까지는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카카오뱅크가 한도계좌 해제 과정을 간편하게 구현하면서도, 계좌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낮춘 건 계좌개설 과정에서 대포통장 발급을 예방하는데 집중하는 타 은행과 달리 계좌발급 후 사후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한 덕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모바일뱅킹서비스 이용약관 중 계약 해지(4조) 관련 조항에 ‘범죄 또는 불법·탈법행위를 목적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신청했거나 이용하는 경우’를 포함했다.

해당 조항은 범죄에 연루된 계좌 적발 시 고객 동의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카카오뱅크는 한 계좌에 대해 다수의 피해자가 유선 신고를 하면 거래내역 확인 후 개인 간 사기 의심 시 이용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경찰서에서 지급정지 등록 요청 공문이 접수돼야 확인 후 지급정지를 조치하는 일반 금융기관보다 범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거다.

또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 제한(9조) 조항에 불법·탈법행위에 연루됐거나 이용된 것으로 합리적 의심이 되는 경우 최장 10년 범위에서 해당 이용자에 대한 모바일뱅킹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대포통장 이용에 일조(통장 양도)한 사람은 1년간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없지만, 카카오뱅크는 내규로 서비스 제한 기간과 범위를 가중함으로써 대포통장 근절 예방책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의 예금계좌 수 대비 대포통장 개설 비율은 낮은 한도계좌 해제 문턱에도 불구 까다롭게 관리하는 타 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한도계좌 관련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취지는 좋지만 증빙자료를 징구해 발급한 통장도 범죄에 악용될 수 있고, 제한 해제를 명분으로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꺾기 행위까지 발생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고객층이 다른 인터넷은행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고, 금융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꼼꼰한 실명확인 기준을 바꾸기 어렵다고 항변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며 “(카카오뱅크처럼)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대포통장 근절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